[7080 대학 그룹사운드 대학가요제 시리즈] ②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가 이륙시킨 한국적 록 음악

김형진PD / 기사승인 : 2020-08-10 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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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록 음악 '탈춤'과 '살풀이'의 탄생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 10기의 창조성

'7080 대학 그룹사운드 대학가요제 시리즈' 두 번째 순서로, 한국적 록(ROCK) 음악을 이륙시킨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 이야기다.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 10기 멤버는 배철수(드럼&보컬), 지덕엽 (기타), 김종태(베이스), 박홍일(키보드)이었다. 

 

1977나 어떡해라는 노래 한 곡으로 한국가요계를 평정해 버린 제1MBC 대학가요제 직후 민영방송사 TBC(동양방송)는 난리가 났다.

 

그 당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벌기업 삼성이 운영했던 'TBC'는 철저한 상업방송사이었기 때문에 MBC 대학가요제를 뛰어넘을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10월에 문화체육관 실내에서 개최되는 MBC 대학가요제보다 개최날짜를 앞당기고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해보자는 TBC 라디오 PD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시작된 게 '해변 가요제'였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구창모가 소속된 블랙테트라, 이명훈이 이끌었던 피버스, 한양대 혼성듀엣 징검다리로 나온 왕영은, 김성호의 블루 드래곤 그리고 배철수의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까지, MBC 대학가요제보다 2개월 먼저 개최된 'TBC 해변가요제'에 출중한 실력자들이 그 모습을 먼저 드러낸 것이다.

 

1970년대는 TV보다 라디오 매체가 파워가 있던 시절, 삼성의 지원으로 일본TBS 방송사에서 연수를 받아 방송 현장중계에 자신감이 넘치던 TBC 라디오국 녹음엔지니어들은 자사의 라디오 중계차를 동원하여 19788월 연포해수욕장에서 젊은이들이 쏟아내는 굉음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라디오 중계였기 때문에 현재 TBC 해변가요제 동영상이 남아있지 않음)

 

TBC(동양방송)가 주최한 제1회 해변가요제의 백미는 항공대학교 그룹사운드 '활주로(Run Way)'였다. 

 

▲ '제1회 TBC 해변가요제' 모습. [사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대다수 참가자들이 청바지에 티셔츠 복장인데 활주로 멤버들은 항공대학 특성에 맞춰 비행기 정비사 복장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 김소월 시에 곡을 붙인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수상했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DJ 배철수가 이 당시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에서 드럼을 치면서 노래까지 불렀는데 그의 걸쭉하게 뱉어내는 창법에 짧게짧게 끊어치는 기타주법이 합()을 이뤄 창조해낸 사운드는 서양밴드 음악에 한국 전통가락이 곁들여져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 안하고 기타연주에 어느 정도 실력이 붙으면 기타로 가야금 소리를 내보려고 시도(?)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양 악기 기타로 우리 민요 '아리랑'을 연주하면서 혹시 이게 한국적 록이 아닐까?’ 상상도 해보는데 그 상상을 현실화 시킨 게 항공대학 그룹사운드 활주로였다.

 

1978년은 활주로의 해였다. 그해 8TBC 해변가요제에 이어 10월에 열린 제2MBC 대학가요제에서 활주로의 한국적 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활주로는 MBC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이라는 노래로 그 당시 왜색풍 짙은 트로트(뽕짝)가 판치던 한국가요계에서 한국적 록을 이륙시킨다.

 

한판 흥겹게 놀아보자는 탈춤판의 흥겨움을 연상시키는 곡 진행, 4인조 밴드가 군더더기 없이 뿜어내는 강렬한 사운드의 완성도로 봐선 '탈춤'1, ‘대상이 분명했다.

  

▲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활주로' 연주 모습. [사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그러나 제1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서울대 그룹사운드 샌드페블즈에게 준 심사위원들은 비행기 정비사 복장을 하고(그 당시 드럼을 치면서 보컬을 담당한 배철수의 부시시한 얼굴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시라) 나타난 항공대 그룹사운드에게 대상을 주기가 껄끄러웠다.

 

엘리트주의가 만연했던 대학가요제는 제2회 대학가요제 대상을 부산대학에 안겨줬고 활주로가 부른 탈춤은 은상을 받았지만 칭찬대신 몇몇 국악인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활주로가 연주한 탈춤이 우리 고유의 탈춤장단과 가락을 왜곡시켰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아마추어 스쿨밴드가 이런 놀라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 제2회 MBC대학가요제 항공대 활주로 그룹의 '탈춤' 노래와 연주 유튜브 영상. 

 

항공대학 학생들은 신입생 환영회 때 자기 대학 그룹사운드 활주로의 연주를 들으며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1970년에 결성된 활주로는 탈춤’ ‘세상모르고 살았노라10기 활주로가 그 꽃을 화려하게 피어냈는데 활주로의 출중한 연주실력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항공대학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 항공대학 학생들은 집에서 등하교가 불가능했고 학교 주변에 특별히 놀만한 유흥가도 없는 입지조건에서 활주로 멤버들에게 학교 강당은 앰프 볼륨을 크게 키워놓고 연주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거기에 탈춤’ 노래를 작곡한 기타리스트 '지덕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배철수와 함께 활주로 10기 멤버였던 지덕엽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타주법(면도날 같은 느낌의 끊어지는 기타애드립)으로 그 당시 기타리스트는 빠르게 쳐야 기타 잘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덕엽은 쳐야할 음만을 정확하게 쳐주는 절제된 기타연주를 선보였다.

 

이것이 한국적 록을 만들어낸 기초가 되었다.

 

그러다가 1년 후 대학가요제 심사위원들을 전율케하는 활주로의 노래가 등장한다.

 

1979년 제3MBC 대학가요제에 배철수의 항공대 후배인 활주로11기가 부른 살풀이노래가 바로 그것이다.

 

▲ 제3회 MBC대학가요제 항공대 활주로 그룹의 '살풀이' 노래와 연주 유튜브 영상. 

 

한줌 꽃잎 뿌려져 날아오르듯 모도았던 가슴이 활짝 열리고, 한줌 연기 하늘로 피어오르듯 백색장삼 소매폭 눈이 부셔라......시나위 가락에 넋을 앗긴 채 춤추는 여인은 선녀이련가, 내딛는 버선발 걸음걸음이 가녀린 춤사위여라라는 살풀이’ 노래가사는 한() 많은 우리 민족이 춤으로 액()을 푼다는 살풀이를 서양의 4박자 반복되는 록으로 만든 노래다.

 

어찌 들으면 3박자 타령조로 들리기도 하는데 노래의 전주는 기타와 드럼이 어우러지면서 드럼의 심벌은 징을 치듯, 기타 애드립은 가야금처럼 질펀하게 벌어지는 농악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배철수, 지덕엽이라는 탁월한 뮤지션들이 앞선 선배이다 보니 살풀이’ 노래를 연주한 활주로 11기는 형만한 아우가 되지 못했지만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록음악에 접목하여 표현해낸 감탄할 만한 스쿨밴드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글: 셀수스협동조합 김형진 KBS미디어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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