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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연령 상향 논의 본격화] 여론 눈치만 보는 정부·정치권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7 17:16

수정 2019.04.11 15:35

정부, 7년째 구체적 논의 미뤄
정치권도 노인표 의식 소극적
[노인연령 상향 논의 본격화] 여론 눈치만 보는 정부·정치권
노인 기준연령 조정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파급력이 만만치 않은 민감한 사안이다. 연금 지급연령, 정년 연장 등 복잡한 문제와 맞물려 있다. 특히 노인이 많고, 청년이 적은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 변해가면서 재정부담이 날로 커지는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하면 한시라도 빨리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는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반복한 채 세부계획 수립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노인 기준연령 상향 방침을 처음 밝힌 건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 신설된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다. 당시 중장기전략위는 보고서를 통해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연장돼온 점을 감안할 때 19세기 말에 설정된 노인 기준연령을 향후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령자의 기준을 70세 또는 75세로 상향 조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망을 내놨다.

기재부는 4년 후인 지난 2016년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노인 기준연령, 정년·연금 수급연령 조정, 실업급여 등 수급기준, 고용확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기재부는 연구용역 및 공청회 등을 거쳐 2017년 하반기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결국 진행되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17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노인연령 상향조정의 예상되는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한 실증연구가 부족하다"면서 "정책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새로운 은퇴 세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 역시 노인 표와 직결된 민감한 이슈라는 점에서 소극적이다. 현행법에 노인 연령 기준을 정의한 내용은 없지만 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무료운임 혜택 등을 주도록 하고 있다. 노인 기준연령 조정을 위해서는 노인복지법 규정 개정이 필요한 셈이다. 일단 정부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인 기준연령 상향 등을 재논의키로 했다.

노인 기준연령이 상향될 경우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를 부추겨 노인 빈곤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넘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6.7%(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을 뛰어넘는 독보적 1위다. 상당수가 퇴직 이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마땅한 소득이 없는 상황이다.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등 관련 제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정부는 정년 연장은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제도인 만큼 단기간에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일본도 '고령자 재정의' 논의가 한창이다. 일본은 연금 지급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 앞서 정년연장 정책을 먼저 정착시킴으로써 소득공백기를 줄였다.
실제 지난 1994년 60세 정년을 법제화했고, 2013년 4월에는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희망하는 근로자에게 정년을 65세까지 의무적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교토시는 98%의 기업이 계속고용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정년을 65세까지 보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안주엽 연구위원은 "노인 기준연령 상향은 그동안 정부가 제공했던 복지혜택을 그 전까지는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제도적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 기준연령만 상향하면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노인빈곤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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