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산업보안이야기]③ 삼성과 애플 기술전쟁이 시장에 주는 교훈

박정인 / 기사승인 : 2022-07-18 16: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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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IP 5국가라고 불린다. IP 5란 미국, 중국, 독일, 일본과 함께 전세계 주요기술을 보유한 5대 국가라는 뜻이다. 그 가운데 단연 한국을 IP 5 로 올려놓은 기업은 삼성이다.

미국에 출원한 작년 특허 건수는 1만 8천여 건으로 2위와 3위인 인텔과 IBM을 합친 특허권 보다 많았다. 그동안 삼성의 경쟁사라고 여겨졌던 애플이 4900여 건을 기록한 것에 비해 5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의 위상을 따져보면, 이제 삼성을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경제대공황 이후,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모든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몰락과 세계의 혼돈을 우려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한가운데 있는 2007년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2010년 아이패드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만 하면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는지 기업의 해법을 제시했다.

시장은 시대의 움직임이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어서 고급화 전략의 애플에 대응하는 누군가를 시장은 원하고 있었고,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읽는 자, 삼성이 드러나면서 선도하는 자와 후발 주자 간의 복잡한 셈법은 이미 전쟁을 예정하고 있었다.

즉, 선도하는 자의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후발 주자의 안정적인 분석과 대응은 각 기업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의 패러다임이 담기면서 폭발한다. 통제적으로 보안을 앞세운 시장의 강자와 개방적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등장한 제도의 강자가 충돌하면서 시장은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는 혼란의 계곡에 빠져들었다.

경쟁 구도가 심할수록 경쟁자의 영업을 금지할 수 있는 특허라는 강력한 권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경쟁자들은 자신의 곳간에 언제든지 경쟁자를 찌를 수 있는 날선 무기들인 특허를 구비하고 경쟁자들을 공격할 때 어떤 무기로 찌를 것인지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2011년 4월에 시작하여 2018년 6월 비밀리 합의로 끝날 때까지 드라마 같은 매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2014년이라 할 것이다. 이 때 애플 대 삼성의 충돌은 그 극에 달했는데, 2014년 3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 새너제이 지원에서 있었던 안드로이드 OS의 아버지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의 증인심문이 그것이었다.

루빈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T 3대 업체를 모두 근무했었던 사람으로 안드로이드 제작 시 애플 iOS를 참고했는지를 추궁하는 애플 측 변호사들에게 ① 밀어서 잠금해제 ②PC와 스마트폰 간 데이터 동기화 ③ 검색을 통해 앱을 찾는 기능 ④ 단어 자동완성 기능 ⑤여러 종류의 내용이 떠있지만 특정내용을 불러와 실행하는 데이터 태핑 기능은 누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는 표준 특허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배심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법원은 ① 데이터 태핑 기능 ② 단어자동완성기능 ③밀어서 잠금해제에 대해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를 인정하였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삼성은 위 3개 분야에서 특허 침해가 없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연방민사항소규칙 제35조에 따라 이례적인 사건으로 분류되어 애플이 전원합의체 심리요구를 했고, 여기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판결이 등장하면서 삼성은 배상평결을 받았지만 2014년 이 일로 삼성은 더 이상 모방꾼(카피캣)이라고 하는 시장의 오명을 벗고 면죄부를 받았다. 이후 삼성은 특허 출원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 공격적인 특허출원에 집중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궁금해 하는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왜 애플은 2008년 안드로이드를 처음 탑재한 HTC G1 때 소송을 하지 않고, 좁은 골목에 서 있다가 삼성의 목을 물었냐는 것이다.

누구나 삼성의 뒤에 숨어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구글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그런 것이다. 구글은 애플의 독주가 못마땅했지만 절대 먼저 전쟁을 시작할 수는 없었고, 애플 역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 경쟁자로 인정되는 대상을 향해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극심한 반감을 가졌다는 것은 알지만, 좀 더 안드로이드 시장이 커지기를 애플과 싸울 위상이 있는 기업,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상품이 삼성이 되기를 기다렸던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잡스가 죽자 팀 쿡은 스마트폰 1대당 40달러의 로열티를 삼성에게 요구함으로써 구글 동맹을 제대로 무너뜨릴 계획을 2011년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학생들이 두 번째로 궁금해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제 애플과 삼성은 서로를 인정한 것이냐라는 것이다. 시작하는 것에는 끝이 있다. 노래가사처럼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있지 않았으면 헤어지지 않을수도 있지 않았느냐라는 것처럼 2011년 4월에서 2018년 6월이 될 때까지 그들의 싸움을 면밀히 분석해볼 때 경쟁은 어디까지나 시장이 허용해주는 질서를 따라야 하며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많은 변호사 수임료를 내면서도 그들 두 기업은 무엇이 질서인지 확인할 운명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더는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고한 시장에 경쟁자 서로를 향해 무기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나는 말해준다.

어디까지나 전쟁도 인간이 하는 것이다. 이미 전쟁의 피로감을 맛본 두 맹수가 중세 시대의 길드와 같이 카르텔이 공고해진 이상 경쟁구도를 유지하되 신참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은 삼성 하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후발 구글동맹 전부와 싸워야 한다는 것, 일대 다수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소송도 비즈니스에 불과하므로 각자 탈법과 준법이 무엇인지 법원에서 확인받은 이상 비즈니스의 모든 입구와 출구가 명확해졌기 때문에 당분간 스마트폰 시장은 안정적으로 평원에 노니는 양떼들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기술을 분석하고 등록되는 특허와 비밀로 보호될 것이라고 추정되는 IP 앞에서 언제쯤 전쟁이 예상되고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성숙도에 달려있고 성숙에 대한 판단은 결국 인간의 마음에 달려있음을 알게 된다.

시장은 언제나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아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음을 알게 해준다. 이제 전쟁은 끝났고 새로운 도전자들은 이 전쟁을 바라보며 내가 여기에 진입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박정인 단국대 연구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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