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다양한 의사 배제하는 국회, 공허하고 기괴하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28) 국회의사당

1971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왼쪽 사진)과 2021년 본회의장.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1971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왼쪽 사진)과 2021년 본회의장.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불온’한 표현으로 가득 찬 위 문구는 어떤 급진적인 조직의 강령이 아니다. 1948년 7월17일 제헌절에 공포된 대한민국 ‘제헌 헌법’의 조항들이다. 현행 헌법의 전문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쓰여 있지만, 제헌 헌법에는 그냥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여”라고 되어 있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현행 헌법과 달리, 제헌 헌법은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로 되어 있다. 헌법은 영구불변의 진리가 아니며,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공동체 지향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제헌 헌법을 통과시킨 제헌 국회는, 지금은 헐린 ‘중앙청’의 중앙홀에 있었다. 국회의사당은 전쟁 때 부산으로 옮겼다가, 전쟁이 끝난 1954년부터는 일제강점기 때 종합 문화공연장으로 쓰인 ‘부민관’ 건물로 이사하게 되었다. 지금은 서울시 의회 본관으로 쓰이고 있는 이곳은 1975년에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준공되기 전까지 20년 이상 국회의사당으로 쓰였으니, 1971년의 사진은 그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의장석 앞에 20여명의 주요 국회의원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은 5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국회의사당은 남북통일 혹은 개헌을 대비하여 양원제로 설계되었으며, 사진 속의 국회 본회의장은 양원제가 실시되면 ‘하원’이 될 곳이다. 좌석은 반원형으로 배치되어 모든 좌석이 의장석을 향하게 되어 있다. 50년 전 종이가 놓여 있던 곳에는 모니터가 있고 대형 스크린이 발언자의 모습을 비추고 있지만, 동양 최대 규모의 이 국회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 거대 양당에만 유리한 선거 제도를 이용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대한민국 국회는, 유사시에 ‘로보트태권V’가 뚫고 나온다는 풍문이 있는 돔 구조만큼이나 기괴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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