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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17. 2022

과거에 찍었던 사진 다시 찍기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를 1971년과 2021년에 같은 구도로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단 국보 3호로 가치를 인정받은 진품은 이듬해인 1972년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지고 그 자리에는 복제품이 서 있다고. 그보다 더 큰 차이는 비가 서 있는 봉우리에서 조망하는 경관의 변화란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서울 서남부와 부천시 일대이다. 논밭만 펼쳐져 있던 곳이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변모하였다. 하나도 보이지 않던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여러 개 놓였다. 상전벽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또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경향신문, [반세기, 기록의 역사(2)], 2022.01.14.)

   

   경향신문은 사진 등의 콘텐츠를 돈 받지 말고 무상 공유하자는 '카피레프트 운동'을 벌이는 셀수스협동조합과 함께 같은 장소, 똑같은 구도로 1971년에 촬영한 과거 사진과 2021년에 촬영한 현재 사진을 비교 설명하면서  정치경제학적으로 변화된 우리의 사회상을 살펴보는 [반세기, 기록의 역사] 연재를 시작했다. 

   셀수스협동조합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1971년에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촬영한 사진들이 즐비하다. 조성봉 선생이란 분이 협동조합에 기증한 것으로 여기서 무상으로 다운받아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국제시장, 부산역, 해운대, 금정산성 등 부산 여기저기를 찍은 사진도 수두룩하다. 왜 하필 50년 전인 1971년 촬영된 사진들만 비교 대상으로 삼는지 그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릴 수 없어 잘 모르겠지만 진흥왕 순수비에 관해 언급한 내용으로 미루어 피사체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채로운 서사가 펼쳐질 성싶어 흥미로운 칼럼이다. 

   외국에서는 한때  과거에 찍었던 사진을  다시 찍는  유행이 불었는데 사람 자리에 장소, 건물이 대신해 시간의 간극을 살피는 꼴이다. 시대상의 변화를 정치경제학이니 인문학이니 꼭 거창하게 '-학'적으로 음미할 것도 없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만 온데간데없으니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을 얻으면 그 자체로 득오요 깨달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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