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사라진 자리를 메운 동백나무…그 꽃말처럼 진실된 사랑이 그리운 시절

2023.03.10 03:00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62) 오동도

1971년, 2021년 오동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1971년, 2021년 오동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육지로 상륙하려는 봄이
섬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팔다리 운동 동작에 맞춰 동백꽃이
“하나! 둘! 셋! 넷!” 구령처럼 피어나고
마무리 숨쉬기로 뱉어낸 봄의 호흡은
“이젠 춥지 않죠?”
이 말에 뒤를 돌아보니 햇살이 서 있네요.

햇살의 도움으로 섬의 그림자가 방파제에 깔리고
항구를 호시탐탐 덮치는 파도를 막아내던 방파제는
768미터의 손을 내밀어 섬을 꼬옥 잡아주며 물어 보네요.
“네 이름이 왜 오동도야?”
오동나무가 많이 자라서 오동도로 불린 섬,
방파제가 만들어지기 아주 오래전,
배를 타고 들어왔던 자들의 학살을
햇살은 기억합니다.

섬에 봉황이 드나들어 고려왕조를 멸망시킬 사람이
이 지역에 태어날 것이라는 신돈의 요사스런 말에
공민왕은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립니다.
학살이 벌어진 그날,
햇살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맞이할 수 없었고
돌담에 속삭이지 못했습니다.
오동나무가 사라지고
섬은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었어요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꽃말을 갖고 있는 동백이
북상하려는 봄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툭!”
“툭!”

동백은 꽃송이채로 붉게 떨어지고
봄날은 갑니다.

*이 칼럼에 게재된 신문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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