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통의동 백송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通義洞)은 경복궁 바로 서쪽에 있는 동네이다. 통의동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이 조선시대 한성부 북부(北部) 의통방(義通坊)이었다가 갑오개혁 때 통의방으로 명칭이 바뀐 것에서 유래하였다. 통의동에는 흰소나뭇골, 매짓골, 띳골 따위의 마을이 있었고, 1955년에 백송동이라는 행정동이 설치되기도 하였다. 흰소나뭇골, 백송동은 모두 이 마을에 ‘흰 소나무’, 즉 백송(白松)이 있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백송은 소나무의 한 종류로, 나무껍질이 회백색을 나타내므로 백송, 또는 백골송(白骨松)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일찍이 도입되었으나, 번식력이 약해 그 수가 매우 적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이 많다. 통의동 백송은 인근을 지나는 자하문로와 효자로의 큰 길가가 아닌 작은 골목 안에 있었다. 그래서 이 나무가 조선시대에 어떤 집의 정원수로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었고, 백송을 품은 집이 누구의 집이었는지를 두고 두 가지 설이 제기되었다. 하나는 추사 김정희의 집이라는 설이며, 다른 하나는 영조가 즉위하기 전에 살던 사저인 창의궁(彰義宮)이라는 설인데, 옛 지도 등 여러 자료로 미루어보아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아무튼 이 일대는 조선시대 내내 왕족과 그 친척이 살던 지역이었다.
1971년의 사진에서는 주택가 한가운데 여러 갈래로 줄기를 뻗고 솟아 있는 백송을 볼 수 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모양이 아름다워 이미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고, 1962년에는 다시 우리 정부가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2021년 사진을 보면, 나무는 베어져 둥치만 남아 있고, 주변에 새로운 백송이 두 그루 자라고 있다. 1990년 7월 폭풍으로 나무가 쓰러져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3년에는 천연기념물 지정도 해제되었다. 백송은 다른 나무에 비해 약해서 더 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 통의동 백송 외에도 같은 해에 천연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서울 원효로 백송’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백송 다섯 그루가 말라 죽어 지정이 해제되었다. 살아 있는 천연기념물 백송을 보려면, 재동 헌법재판소나 조계사에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