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인터뷰] 피아니스트 송하영, 예술가의 소득과 예술의 순수함이 공존하는 '뭉클'한 무대를 꿈꾸다

박정인 객원 / 기사승인 : 2022-11-07 0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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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송하영은 선화예술학교를 졸업하고 선화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졸업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캐나다 토론토 등지에서 이어오던 학업을 마치고 좋은 기회가 닿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말레이시아 푸트라 대학교(University Putra of Malaysia)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2004년 7월 예술의 전당에서 귀국 독주회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이후 대학에 출강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음대 출신들이 각자의 전공을 직업으로 삼아 연주자로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 '뭉클 시즌1, 빛의 유희, 스크리아빈'에서 피아니스트 왕혜인(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피아니스트 송하영. [유튜브 영상 캡처]

현재 극히 소수 유명 연주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은 무료로 개방해야만 겨우 객석을 메울 수 있고 따라서 그 공연을 위한 비용은 연주자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또한 많은 무대가 ‘재능기부’를 강요하다시피 하여 예술가들에게 예술은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 ‘돈을 내야만 유지할 수 있는 직함’일 뿐입니다. 결국 재능이 있음에도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예술가들은 그 능력에 상관없이 예술을 직업으로 삼을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피아니스트 송하영은 이러한 부당한 현실에 확고한 철학으로 맞서는 예술인입니다. ‘뭉클’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는 무대를 만들고 신인 음악가를 발굴하는 등 더 낮고 더 소외된 곳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의 도전과 희망은 '뭉클' 유튜브를 통해서 팬들과 쉼없이 소통합니다.  

오늘은 그를 만나 ‘뭉클’의 기획의도와 예술가의 소득이 보장되는 무대, 그리고 모두가 공감하고 향유하는 예술은 무엇인지, 그 의미와 도전, 소망을 들었습니다.


‘뭉클, 시즌1’ 새로운 도전과 성장

예술가들에게 ‘무대’란 직장입니다.

더욱이 코로나로 무대를 잃은 2020년 즈음에는 그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예술가들이 팬데믹이 사그라들기만을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스스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예술인들과 연대를 도모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뭉쳐야 클래식, 뭉클’이란 공연 브랜드를 만들었고 2020년 7월 13일 시즌 1의 첫 공연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평소 늘 가졌던 소신대로 출연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소정의 출연료를 매회 지급했습니다.

또한 중부대학교 산업 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뭉클’의 포스터 제작을 맡겨 학생에게도 노동에 대한 대가를 장학금 형식으로 전달하였습니다. 예술 활동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급하는 것, 그리하여 예술이 예술가들에게 삶을 영위하는 존엄한 노동이 되는 것, 그것이 ‘뭉클’의 중요한 첫 번째 철학입니다.

▲ '뭉클'의 '신인발굴 프로젝트 아랑'에서 4인조 보컬그룹 '아랑'을 소개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송하영(맨 왼쪽). [유튜브 영상 캡처]

‘뭉클, 시즌 2’ 작지만 의미 있는 도약

‘뭉클’은 자본에 굴복하지 않는 예술의 순수함을 사수합니다.

국내에서만 공부하여 활동을 갓 시작한 국내파 신인 음악가들을 그 어떤 선입견에도 흔들리지 않고 ‘뭉클’만의 소신으로 발굴하여 무대에 세웠고, ‘러시아 작곡가, 스크리아빈의 작품’과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평균율’ 등 대중적이지 않은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들을 출연 예술가가 직접 아주 쉬운 해설과 함께 연주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순수 국악과 정통 클래식의 조우를 실험하여 창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 대중의 큰 공감을 이끌어 냈고 ‘카운트 테너’(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바로크 시대의 남성 테너)인 신인 음악가를 무대에 세워 다소 생소한 장르인 바로크 음악의 대중화를 과감히 시도했습니다.

멀리 대구에서 올라온 예술가들이 작은 오페라 무대를 꾸며 관객들에게 오페라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재미도 안겨주었습니다.

‘뭉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다

시즌1 내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뭉클’은 시즌 2에선 사랑을 받은 만큼 우리 사회에 보답하고 기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고민하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어떠한 ‘대극장’에만 갇힌 채 음악을 이미 잘 알고, 이미 향유하는 특정계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어떤 장르의 예술이라도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두가 장벽 없이 누릴 수 있어야만 합니다.

특히 몸이 불편하여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장애인들, 공연장이 멀어 찾기가 어려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 또한 형편이 어려운 우리들의 이웃들도 클래식 공연을 당연히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벗어나 존재하는 예술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예술은 그 가치가 없다고 믿습니다. 예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여러 이유로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각자 다른 형편에 놓인 많은 우리 이웃들이 ‘뭉클’을 관람하시고 감동했고 더욱 열렬히 응원해 주었습니다. 실시간으로 남긴 댓글들을 통해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더욱 믿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뭉클’은 예술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이웃들을 위하여 더 낮고, 더 소외된 곳으로 어디든 기꺼이 함께하는 ‘예술 브나로드 정신’을 실천할 것입니다.

▲ '뭉클'에서 독일 연가곡 '연인의 사랑과 생애'를 부르는 소프라노 윤종은의 반주를 하는 피아니스트 송하영. [유튜브 영상 캡처]

‘뭉클시즌 3, 멈추지 않는 도전’ 누구나 예술을 향유하는 세상

‘뭉클’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우리’와 ‘같이,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우리’와 손잡고 ‘같이, 함께’ 나아가려 합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뭉클’은 용감하게 나아가려 합니다.

‘클래식의 대중화’는 어느 클래식 연주자가 나와 익숙한 가요나 대중음악들을 연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통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그 음악을 쉬운 설명과 해설로 함께 하여 대중을 한 작품이라도 더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 ‘안다는 것’이 감상이 되어 각자의 삶을 스스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닙니다. 그렇게 ‘진정한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뤄내겠습니다.

재능은 있지만 무대를 찾지 못하는 순수 국내파 신인 음악가들을 소신있게 지속적으로 발굴하겠습니다.

랜선 공연과 실시간 소통이라는 장점을 계속 발전시켜 그 어떤 장벽도 없이 누구라도 언제든지 좋은 클래식 공연을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향유의 평등’을 실현하겠습니다. ‘우리, 같이, 함께!’ 그것이 ‘뭉클’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철학입니다.

  

[메가경제=글·사진 박정인 객원기자·단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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