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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인의 예술법 산책] 기술 앞에 예술이 침묵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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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92회 작성일 18-03-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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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네이버를 비롯하여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가진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고 생태계 전반의 규칙인 룰 세터(rule-setter)로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역할을 명확히 세우겠다고 하였다.

또한 김 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기반인 암호화폐 거래 중개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가 적정한지 통신판매업 신고가 국민의 오인을 유발하기 위한 건 아닌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거래소의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약관법 위반을 검토하고 있어 그에 따른 시정명령을 준비중이라고 하였다.

기술을 가진 자가 기술이 없는 자를 지배하는 모습은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는 듯한 장면이다. 엑스맨과 같은 일반인과 다른 재능이 있는 자들의 폭력성과 그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느냐에 따라 일반인들의 운명이 변화하는 구조는 결코 인류에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직 영상적 재미로만 기억되어야 한다.

할리우드의 중독성 있는 영화들의 문제점은 기술을 가진자의 정신적 가치가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의 정신적 가치의 우위에 서있음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환경이 파괴되고 인류의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불안해 하는 한 사람으로서 현재 우리가 필요한 것이 정말 기술인가? 사람들의 믿고 살 수 있는 오늘의 가치가 아니라? 이렇게 반문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술의 위에 정신문화인 예술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아테네가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를 두 축으로 하는 정신문화의 선도적 역할을 하게 한 것은 철기를 농사에 사용하면서 생산력이 좋아져 먹을 것이 많아져 시민 계층의 교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춘추전국시대에 제자 백가와 같이 인문학의 향연이 펼쳐진 것도 서쪽의 도리아인과 동쪽의 스키타이인이 철기를 농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이었다. 공자와 맹자는 사람의 본성과 도덕을 강조하였고 한비자의 법가, 자연과 무위를 강조한 노자,장자의 도가, 평화와 사랑을 실행하여야 한다는 묵자의 묵가 등 기술은 인간의 삶과 제도를 바꾸어왔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은 인간을 기계의 하부구조 정도로 여기게 만들며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의 구도를 만들어냈고 19세기 초 기계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같은 흐름도 만들어냈다.

인터넷은 많은 사람에게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기술인데 네이버의 뉴스 편집기술인 댓글 노출순위와 내용은 매크로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로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조사하고 있다.

즉, 뉴스 편집담당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플랫폼 중립성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는 것도 많아졌지만 고급정보는 턱없이 비싸기 때문에 많은 댓가를 내야만 접근할 수 있고 반면 도서의 가치는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또다른 질적 미성숙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 앞에 이제는 블록체인, 4차산업혁명과 같은 또다른 기술 앞에서 인간이 선조보다 더 진보한 상태인지 아니면 퇴행한 상태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이 지향하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전력과 빈익빈부익부를 심화하며 인간의 지위마저 내어놓아야 한다는 우려 앞에 기술을 가지고 있고 진보시키고 있는 그들에게 기술이라는 무기를 내려놓고 진짜 기술을 개발하려던 초심,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진짜 인간과 진짜 세상의 모습이 무엇인지 합의하는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문자로만 전달하는 지식, 표현의 전달체계가 아닌 음악과 동영상, 홀로그램 등 지식, 표현 전달체계에 있어 진보한 세상에 있어 인간을 존중하는 의미 없이 우리가 기록하여야 할 정보와 사라져도 좋을 정보는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여야 한다.

과연 2018년 현재 살고 있는 우리는 아테네인이나 제작백가와 같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술 위에 다진 인간의 세상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지혜로운 것일까? 우리의 제도는 선조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평등한 시대에 걸맞는 모든 인간이 존중받는 시대의 차별과 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기회를 통해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기술을 진보시키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그토록 오늘과 내일 행복하기 위해서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기술인 것일까? 아니면 함께 합의할 가치일까? 기술 앞에 예술이 침묵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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