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사태로 본 대입진단 (김찬휘 조합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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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빛나는길 댓글 0건 조회 1,621회 작성일 18-10-02 09:19본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012209005&code=940401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여전히 계층 이동의 주요한 사다리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대학입시에서 수시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늘면서 시험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학종 개선방안과 대입제도 개편안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학종 불신’은 가라앉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고인 숙명여고에서 불거진 시험지 유출 의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경향신문이 현직 교사, 입시전문가들과 만나 학종·내신 불신의 배경과 수능 절대평가 도입 논란, 더 나은 입시제도의 방향 등을 들어봤다. 지난달 17일 본사에서 열린 이 좌담회에는 김진훈 숭의여고 교사, 교사 출신 입시전문가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부소장인 김찬휘 대성마이맥 입시센터장이 참석했다.
학종·내신을 기준으로 한 수시와 수능 위주의 정시 선발 비중을 몇 %로 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절대평가·상대평가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도 서로 엇갈렸다. 하지만 현재의 입시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결국 고액 사교육과 컨설팅을 유발한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이 일치했다.
■ 의견 엇갈린 절대평가
“절대평가로 경쟁 완화되면
수업 의미 되찾을 수 있어”
“성적 부풀려질 가능성 커”
“비교과 사교육 부담 늘어”
내신 평가방법 엇갈린 의견
-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만기 소장 = 현직 교사일 때만 해도 숙명여고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교사가 유출할 수 있는 개연성은 100%다. 교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작년 1월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현직 교사들과 학종 포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교사가 “만약 교사가 학생부를 ‘뻥쳐서’ 기록한다면 대학은 어떻게 짚어내겠느냐”고 질문했다. 어느 입학사정관이 답변하기를 “우리는 학생부가 100% 진실하다고 믿고 채점한다. 그 질문을 하는 순간 학종은 무너진다”고 하더라.
김찬휘 센터장 = 내신 관리가 현재 수시 체제에서 중요하니 그런 것이다. 교사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흐지부지 해결된다면 국민 불신은 더 커질 것이다.
김진훈 교사 = 내신이 상대평가여서 서로 경쟁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수업내용을 가지고 평가하는 구조가 된다면 학생들이 시험점수 1~2점에 목을 매고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줄어들 거라고 본다.
- 상대평가로 줄세우는 제도 탓이라는 얘기인가.
김찬휘 = (수능·내신) 절대평가가 비전문가들 눈에는 평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상대평가에선 숙명여고 사태처럼 개인의 일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절대평가로 바뀌면 학교 차원의 집단적 일탈이 일어날 수 있다. 학생 대부분이 A를 받게 하는 모럴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기 = 공교육자들은 절대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반대한다. 올해 중3 학생들은 내년부터 진로선택 과목이 성취평가제로 바뀌는데 대학들이 그 과목의 이수 여부만 볼 뿐 A·B·C로 나뉜 성취평가는 보지 않을 것이다. 성적이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진훈 = 절대평가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성취기준이 적합한지, 그 구간이 너무 과도하지 않은지 등에 대해 학교들도 연수를 하고 있다. 현재 문제풀이 위주의 교실에선 1등급 애들을 제외하곤 학생들이 수업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절대평가가 되면 경쟁이 완화되면서 아이들의 진짜 실력을 만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본다.
■ “비교과는 학교별 격차 커”
김찬휘 = 절대평가를 하면 성적의 변별력이 없어진다. 결국 봉사활동, 수상경력과 같은 비교과로 평가하게 되니 사교육 부담이 더 커진다. 게다가 비교과는 학교별 격차가 크다. 상당수 일반고는 관련 프로그램도 없다. 절대평가를 하는 순간 고교별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자사고·특목고를 없애더라도 일반고 간 서열이 더 심해질 것이다. 현실에서는 대학 서열이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데, 고교에서만 경쟁을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혁신학교가 초등학교는 잘돼도 중·고등학교는 안되는 것도 대입과 관련 있다. 절대평가가 제대로 되려면 대학 평준화부터 돼야 한다.
“학종은 불평등한 줄세우기
모든 게 점수화, 숨 못 쉬어”
“복불복, 선생님 잘 만나야
교사추천서 학생이 쓰기도”
- 학종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김찬휘 = 학종이야말로 극악한 줄세우기다. 학종의 토대인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좋은 고교를 우대하는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좋은 기숙학교를 다녀야 좋은 대학에 가는 식이다. 학종은 자사고와 궁합이 잘 맞는다. 현재의 체제에서는 교과 성적이 나쁘면 교사들이 비교과 항목인 세부특기사항에서도 좋게 써주지 않는다. 교과 성적과 비교과 순위가 99% 일치한다. 교과의 우열이 정성평가인 세특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학종은 내신 부담, 비교과 부담에 동아리 활동까지 모두 점수화돼 아이들이 숨을 쉴 수가 없다. 고2 딸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와서 다음날 수행평가 본다고 새벽 2시에 뜨개질하고 있다.
이만기 = 학종은 교사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내신 비중이 너무 큰 게 문제다. 학종을 ‘금수저·깜깜이·복불복 전형’이라고 하는데 이 중 복불복은 확실하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입시 결과가 달라진다. 교육부가 학생부 기재방식을 바꿨는데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교육부 원래 안은 교사가 전교생 모두에게 세특을 써주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교사들이 반대했다. 어느 자사고에선 교사추천서도 학생들이 쓴다고 한다. 대치동에 가면 학기 초 동아리 활동계획서를 써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걸 가지고 학교에 가서 지도교사만 정한다. 자기소개서도 교사들이 안 봐줘서 대치동에서 250만원 주고 컨설팅을 받는다. 이러니 돈 없는 집 학생들은 학종으로 대학 못 간다.
김진훈 = 학생부에서 학교별, 교사 간 차이는 개선되고 있다. 시교육청 진로진학단에 참여하면서 여러 학교의 학생부들을 봤는데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성적은 부족하지만 다른 활동에서 잠재력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 “고교 서열화, 사실상 연좌제”
유리하게 보는 관점 다 달라
최고의 입시제도는 없지만
단순화 필요성엔 모두 공감
이만기 = 고교 서열화도 심각해서 사실상 ‘등급제’나 마찬가지다. 외고나 자사고 엄마들은 다 안다. “○○대학은 우리 학교에서 10명 정도 뽑는데 우리 아이는 15등이라서 안될 것 같다”고 말한다. 하나고는 내신 4등급까지도 서울대 갈 수 있는 걸로 소문나 있다. 선배들 성적이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연좌제 아니면 뭐겠냐.
-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를 30% 이상으로 늘린다는데.
김진훈 = 수능 확대는 서울대가 밝혔듯 특정 지역 합격생들이 많이 나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사교육 수혜를 부인하기 어렵다.
김찬휘 = 서울대는 80%가 학종, 20%가 정시다. 정시를 늘리면 강남권 학생들이 좀 늘겠지만 연대, 고대, 성대, 한양대는 정시 대신 학생부교과를 늘릴 거다. 그러면 지방 학생들이 더 늘어난다. 지역 상관없이 내신으로 뽑는 학생부교과를 30~40%로 늘리고, 사회취약계층은 학종으로 10~20% 뽑고, 공부 열심히 한 학생들은 정시로 대학 가게 하면 어떨까 싶다.
이만기 = 학생부교과를 늘리는 것에 100% 찬성한다. 교과(성적) 위주로 뽑고 약간의 비교과(학종)를 가미해야 한다. 강남 애들이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강남에 옮겨가는 거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선 ‘자사고, 특목고라고 특별히 유리할 게 없다’라고 본다.
- 대입제도 변화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가.
김진훈 = 한국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길을 만들어본 경험이 부족하다. 수능 비중을 급격히 줄이다가 최근 역풍을 맞았지만 그렇다고 수능을 확대하는 것은 시대적 소임이 끝난 객관식 평가로 다시 미래세대를 옥죄는 것일 수 있다.
김찬휘 =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입시제도를 평준화하면 세상이 평준화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각자 유리하다고 보는 입시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최고의 입시란 없다. 다만 사회적 대타협으로 입시를 단순화할 필요는 있다.
이만기 = 유은혜 부총리 후보자를 가리켜 교육전문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밖에서 온 사람이 교육에 손대면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유 의원이 부총리에 임명된다면 3가지를 말해주고 싶다. ‘입시제도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정치권이 아닌 애들만 바라보고, 기존 논리와 타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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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여전히 계층 이동의 주요한 사다리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대학입시에서 수시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늘면서 시험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학종 개선방안과 대입제도 개편안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학종 불신’은 가라앉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고인 숙명여고에서 불거진 시험지 유출 의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경향신문이 현직 교사, 입시전문가들과 만나 학종·내신 불신의 배경과 수능 절대평가 도입 논란, 더 나은 입시제도의 방향 등을 들어봤다. 지난달 17일 본사에서 열린 이 좌담회에는 김진훈 숭의여고 교사, 교사 출신 입시전문가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부소장인 김찬휘 대성마이맥 입시센터장이 참석했다.
학종·내신을 기준으로 한 수시와 수능 위주의 정시 선발 비중을 몇 %로 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절대평가·상대평가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도 서로 엇갈렸다. 하지만 현재의 입시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결국 고액 사교육과 컨설팅을 유발한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이 일치했다.
■ 의견 엇갈린 절대평가
“절대평가로 경쟁 완화되면
수업 의미 되찾을 수 있어”
“성적 부풀려질 가능성 커”
“비교과 사교육 부담 늘어”
내신 평가방법 엇갈린 의견
-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만기 소장 = 현직 교사일 때만 해도 숙명여고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교사가 유출할 수 있는 개연성은 100%다. 교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작년 1월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현직 교사들과 학종 포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교사가 “만약 교사가 학생부를 ‘뻥쳐서’ 기록한다면 대학은 어떻게 짚어내겠느냐”고 질문했다. 어느 입학사정관이 답변하기를 “우리는 학생부가 100% 진실하다고 믿고 채점한다. 그 질문을 하는 순간 학종은 무너진다”고 하더라.
김찬휘 센터장 = 내신 관리가 현재 수시 체제에서 중요하니 그런 것이다. 교사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흐지부지 해결된다면 국민 불신은 더 커질 것이다.
김진훈 교사 = 내신이 상대평가여서 서로 경쟁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수업내용을 가지고 평가하는 구조가 된다면 학생들이 시험점수 1~2점에 목을 매고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줄어들 거라고 본다.
- 상대평가로 줄세우는 제도 탓이라는 얘기인가.
김찬휘 = (수능·내신) 절대평가가 비전문가들 눈에는 평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상대평가에선 숙명여고 사태처럼 개인의 일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절대평가로 바뀌면 학교 차원의 집단적 일탈이 일어날 수 있다. 학생 대부분이 A를 받게 하는 모럴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기 = 공교육자들은 절대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반대한다. 올해 중3 학생들은 내년부터 진로선택 과목이 성취평가제로 바뀌는데 대학들이 그 과목의 이수 여부만 볼 뿐 A·B·C로 나뉜 성취평가는 보지 않을 것이다. 성적이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진훈 = 절대평가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성취기준이 적합한지, 그 구간이 너무 과도하지 않은지 등에 대해 학교들도 연수를 하고 있다. 현재 문제풀이 위주의 교실에선 1등급 애들을 제외하곤 학생들이 수업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절대평가가 되면 경쟁이 완화되면서 아이들의 진짜 실력을 만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본다.
■ “비교과는 학교별 격차 커”
김찬휘 = 절대평가를 하면 성적의 변별력이 없어진다. 결국 봉사활동, 수상경력과 같은 비교과로 평가하게 되니 사교육 부담이 더 커진다. 게다가 비교과는 학교별 격차가 크다. 상당수 일반고는 관련 프로그램도 없다. 절대평가를 하는 순간 고교별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자사고·특목고를 없애더라도 일반고 간 서열이 더 심해질 것이다. 현실에서는 대학 서열이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데, 고교에서만 경쟁을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혁신학교가 초등학교는 잘돼도 중·고등학교는 안되는 것도 대입과 관련 있다. 절대평가가 제대로 되려면 대학 평준화부터 돼야 한다.
“학종은 불평등한 줄세우기
모든 게 점수화, 숨 못 쉬어”
“복불복, 선생님 잘 만나야
교사추천서 학생이 쓰기도”
- 학종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김찬휘 = 학종이야말로 극악한 줄세우기다. 학종의 토대인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좋은 고교를 우대하는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좋은 기숙학교를 다녀야 좋은 대학에 가는 식이다. 학종은 자사고와 궁합이 잘 맞는다. 현재의 체제에서는 교과 성적이 나쁘면 교사들이 비교과 항목인 세부특기사항에서도 좋게 써주지 않는다. 교과 성적과 비교과 순위가 99% 일치한다. 교과의 우열이 정성평가인 세특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학종은 내신 부담, 비교과 부담에 동아리 활동까지 모두 점수화돼 아이들이 숨을 쉴 수가 없다. 고2 딸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와서 다음날 수행평가 본다고 새벽 2시에 뜨개질하고 있다.
이만기 = 학종은 교사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내신 비중이 너무 큰 게 문제다. 학종을 ‘금수저·깜깜이·복불복 전형’이라고 하는데 이 중 복불복은 확실하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입시 결과가 달라진다. 교육부가 학생부 기재방식을 바꿨는데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교육부 원래 안은 교사가 전교생 모두에게 세특을 써주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교사들이 반대했다. 어느 자사고에선 교사추천서도 학생들이 쓴다고 한다. 대치동에 가면 학기 초 동아리 활동계획서를 써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걸 가지고 학교에 가서 지도교사만 정한다. 자기소개서도 교사들이 안 봐줘서 대치동에서 250만원 주고 컨설팅을 받는다. 이러니 돈 없는 집 학생들은 학종으로 대학 못 간다.
김진훈 = 학생부에서 학교별, 교사 간 차이는 개선되고 있다. 시교육청 진로진학단에 참여하면서 여러 학교의 학생부들을 봤는데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성적은 부족하지만 다른 활동에서 잠재력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 “고교 서열화, 사실상 연좌제”
유리하게 보는 관점 다 달라
최고의 입시제도는 없지만
단순화 필요성엔 모두 공감
이만기 = 고교 서열화도 심각해서 사실상 ‘등급제’나 마찬가지다. 외고나 자사고 엄마들은 다 안다. “○○대학은 우리 학교에서 10명 정도 뽑는데 우리 아이는 15등이라서 안될 것 같다”고 말한다. 하나고는 내신 4등급까지도 서울대 갈 수 있는 걸로 소문나 있다. 선배들 성적이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연좌제 아니면 뭐겠냐.
-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를 30% 이상으로 늘린다는데.
김진훈 = 수능 확대는 서울대가 밝혔듯 특정 지역 합격생들이 많이 나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사교육 수혜를 부인하기 어렵다.
김찬휘 = 서울대는 80%가 학종, 20%가 정시다. 정시를 늘리면 강남권 학생들이 좀 늘겠지만 연대, 고대, 성대, 한양대는 정시 대신 학생부교과를 늘릴 거다. 그러면 지방 학생들이 더 늘어난다. 지역 상관없이 내신으로 뽑는 학생부교과를 30~40%로 늘리고, 사회취약계층은 학종으로 10~20% 뽑고, 공부 열심히 한 학생들은 정시로 대학 가게 하면 어떨까 싶다.
이만기 = 학생부교과를 늘리는 것에 100% 찬성한다. 교과(성적) 위주로 뽑고 약간의 비교과(학종)를 가미해야 한다. 강남 애들이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강남에 옮겨가는 거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선 ‘자사고, 특목고라고 특별히 유리할 게 없다’라고 본다.
- 대입제도 변화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가.
김진훈 = 한국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길을 만들어본 경험이 부족하다. 수능 비중을 급격히 줄이다가 최근 역풍을 맞았지만 그렇다고 수능을 확대하는 것은 시대적 소임이 끝난 객관식 평가로 다시 미래세대를 옥죄는 것일 수 있다.
김찬휘 =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입시제도를 평준화하면 세상이 평준화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각자 유리하다고 보는 입시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최고의 입시란 없다. 다만 사회적 대타협으로 입시를 단순화할 필요는 있다.
이만기 = 유은혜 부총리 후보자를 가리켜 교육전문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밖에서 온 사람이 교육에 손대면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유 의원이 부총리에 임명된다면 3가지를 말해주고 싶다. ‘입시제도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정치권이 아닌 애들만 바라보고, 기존 논리와 타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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