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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윤성준 감독 <아홉스님>영화제작 뒷 얘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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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16회 작성일 20-06-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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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한 영화 '아홉 스님'은 한때 목사를 꿈꿨던 한 감독이 그린 스님들의 이야기다.

뉴시스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알레스카페에서 '아홉 스님'의 윤성준 감독을 만났다. 이번 영화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윤 감독은 처음하는 언론과의 인터뷰가 낯선지
처음에는 수줍게 말을 건네는 듯 했다. 하지만 인터뷰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난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윤 감독은 "이건 스님들도 모르는 얘기다. 관계자들도 모르는데 지금 처음으로 말한다"며 "제가 전공을 철학이라 말했는데 사실은 신학과를 졸업했다. 목사가 되려고 했지만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졸업하고 학사장교를 하며 돈을 모아 영국에 있는 영화학교에서 공부해 감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설교를 하면서 '힘들어도 하나님만 생각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던 적이 있다. 제가 마음으로 동의를 못 하는데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목사는 나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화의 VIP시사회 때는 목사가 된 친구들이 자리해 영화를 관람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찍은 사실을 영화학교에 간다고 추천서를 써줬던 신학대 교수님한테도 말을 못했다. 하지만 목사 친구들은 많이 와서 영화를 봐줬다. 한 친구는 타 종교에도 평소 관심이 많은데, '타 종교에 벽을 쌓으면 제 살 깎아 먹는 것과 같다. 스님들이 쿨하더라. 재밌었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개신교에 몸을 담으려 했을 만큼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그는 당연히 불교신자(불자)가 아닐 터다. 이 때문에 처음 연출 제안이 들었을 때 몇 번이나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님들을 첫 대면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불교계에서는 이번 수행이 큰 일인데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하면 오히려 그분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관계자가 스님들이 수행에 들어가실 때 한 번 보러 오기라도 하라고 해서 가게 됐고, 스님들이 천막에 들어가는 걸 보자 호기심이 생겼다."

 "원래 모든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 스님들을 보고 있자니 불교든 개신교든 천주교든 모든 종교가 '도'(종교적으로 깊이 깨친 이치)를 찾아가는 과정은 모두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아홉 스님'은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로 산중이 아닌 속세로 나와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한 아홉 스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살을 에는 한겨울 난방 기구 하나 없이 폐쇄된
천막에서 7개의 엄격한 규칙과 함께 참선을 이어 나가는 스님들의 90일을 담았다.

불교에서 '안거(安居)'란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한 채 정진하는 수행법을 말한다. 하안거와 동안거로 나뉘는데, 동안거는 겨울 90일, 음력 10월15일부터
다음해 1월15일까지의 수행을 일컫는다.

자승, 무연, 진각, 호산, 성곡, 재현, 심우, 도림, 인산 등 아홉 스님은 지난해 11월15일 하남 위례 신도시의 공사장 내 마련된 가건물인 '상월선원'에서 동안거 수행을 시작했다.
상월선원은 '밤이 으슥하도록 달을 벗삼아 서리를 맞으며 정진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불자가 아닌 만큼 촬영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낯선 불교 용어부터 시작해 불교 예절 모든 게 그에게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조연출이 독실한 불자라 불교 지식을 습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용어 설명을 다 해줬고, 스님들을 대하는 방법, 문화 등도 알려줬다. 기획을 KBS에서 했는데, 저희 영화랑
전혀 상관없는 BBC, BTN 등도 관련한 자료를 무상으로 지원해 줬다. 종교 다큐멘터리라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연출 당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불자만을 위한' 영화보다 '모두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또 너무 엄숙하고 진지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가볍지 않게 연출하고자 애썼다.

윤 감독은 "진지함과 가벼움의 무게를 맞추는 일에 가장 신경썼다. 영화적으로 재밌겠다 싶어서 어떤 장면을 넣었다가 스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 않나"면서도 "그렇지만 초반에 스님들의 극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후반부에서는 이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보여 준다. 불자가 아닌 분들도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는 스님들의 수행 모습에 수행 기간이 끝난 후 스님들의 인터뷰가 중간중간 삽입돼 완성됐다. 수행 후 각자의 거처로 흩어진 스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면서 윤 감독은 인터뷰 과정은 '힐링' 과정과도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양산, 평창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며 "스님들과의 인터뷰는 특별했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것처럼 만나자마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가면 1시간 동안 차를 나누면서 담소를 먼저 나누고, 공양(절에서 음식을 먹는 일)도 같이 하고, 또 차를 1시간 정도 마신 후에야 인터뷰를 시작했다"며 웃었다.

이어 "어느 날 한 스님이 저에게 얼굴이 안 좋아보인다며 고민을 한참 들어주셨다. 빽빽한 인터뷰 스케줄에 빨리빨리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지만 듣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너무 좋았다. 스님의 추천으로 가끔 염불도 외고 명상을 한다. 마음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코로나19 속 힘든 와중에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힐링 영화. 종교 영화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스님들의 모습을 공감하며 영화를 보다 보면 '초심', '배려심', '힘든 시련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진각 스님이 통도사로 걸어들어가는 장면'을 꼽았는데, "스님께서 걸으면서 독백 비슷하게 하신다. 다큐를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좋은 장면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런 장면이었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부연했다

한편 윤성준 감독은 차기작으로 안산에 사는 난민 아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와 인정받는 조각가였던 자신의 이모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1990년생으로 올해 30살인 윤 감독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529_0001042013&cID=10601&pID=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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