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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스조합, 경향신문 연재 <반세기 기록의 기억> (27회) “남산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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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22-07-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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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형진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에서 패배한 토끼의 후손은 거북이한테 설욕전을 요청했지만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북이에게서 ‘서울 남산 꼭대기에 먼저 도착하는 시합’을 1962년에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날, 출발신호가 떨어지자마자 토끼는 깡총깡총, 거북이는 엉금엉금~ 할아버지 토끼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토끼는 낮잠도 당연히 자지 않고 옹달샘 약수도 그냥 지나치며 오직 달렸어요. 마침내 남산 정상의 팔각정 지붕이 보이는 순간, “이겼다” 토끼가 외쳤는데 거북이가 먼저 와 있는 거예요.

거북이에게 의문의 일패를 당한 토끼가 진상조사를 해보니 달리기 시합이 열린 1962년 5월12일은 남산에서 케이블카가 처음으로 운행한 날이었어요. 토끼가 남산을 한발 한발 올라가는 동안 거북이는 한국 최초의 여객용 케이블카를 타고 5분 만에 정상을 밟은 거예요. 1961년에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자기 지인에게 남산 케이블카 사업권을 영구히 독점으로 줬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거북이한테 진 것도 어이가 없지만 이 사실을 떠들었다가는 남산(정보기관 중앙정보부의 별칭)으로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기 때문에 토끼는 쫑긋한 귀를 내렸어요.

하면 된다’는 군사정권 구호에 걸맞은 승리를 탈취한 거북이를 독재자가 축하해주면서 “거북아! 내가 간이 안 좋아서 토끼의 간이 필요하다”는 지령을 내렸어요. 이에 거북이는 시바스리갈 한 병을 들고 토끼를 찾아갔죠. 패배를 위로하는 척하면서 토끼를 취하게 만들어 독재자의 왕궁으로 데리고 갔어요. 뒤늦게 독재자가 자기 간을 노리는 걸 알아차린 토끼는 짐짓 태연하게 말했어요. “제 간은 남산 팔각정 지붕 위에 말려놓고 있어서 지금은 없습니다. 바로 갖고 오겠습니다.”

그리하여 남산 상행선 케이블카에 토끼와 거북이가 함께 타고 있다가 출발하기 직전, 토끼가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비웃었어요. “누가 세상에 자기 간을 빼놓고 다니니? 멍청한 놈들아!”

두 개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고층 빌딩이 도심 숲을 이루는 등 큰 변화를 알 수 있어요. 그러나 1962년부터 국유지(남산)에서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온 자들이 오늘날까지 대대손손 특혜의 줄을 타고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살다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긴다’는 ‘토끼와 거북이’ 교훈은 동화일 뿐이에요.

*이 칼럼에 게재된 신문의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www.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70803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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