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수스조합 , 경향신문 연재 <반세기 기록의 기억> (21회) "산정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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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63회 작성일 22-05-30 11:07본문
글쓴이 :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포천 하면 광릉수목원이나 막걸리, 이동갈비 등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산정호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경기 포천시 북쪽의 영북면에 위치한 산정호수(山井湖水)는 말 그대로 ‘산속의 우물과 같은 호수’이다. 그런데 이 호수는 자연 호수가 아니라 1925년 일제강점기 때 영북농지개량조합이 관개용 저수지로 만든 인공호다.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신비와, 가을의 억새풀과 단풍이 어우러진 호수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1971년 산정호수의 사진을 보면 집과 건물, 보트장 등은 있지만 첩첩산중 속에 자리 잡은 호수의 자연스러운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산정호수의 이 아름다움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1977년 건설교통부가 이곳을 ‘국민관광지’로 지정하고 나서부터이다. 식당과 숙박업소가 호숫가를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놀이동산이 만들어졌다. 50년이 지난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흰색 철 구조물은 ‘바이킹’이다. 바이킹, 회전목마, 우주선 등을 갖춘 ‘산정랜드’는 산정호수의 풍광을 깨는 흠결이자 흘러간 시대의 유원지를 보는 쓸쓸함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정호수의 가치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호수와 산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호수 위에 수변 덱길이 설치되어 물 위를 걸으면서 호수와 산을 즐길 수 있다. 수변 덱길과 소나무길이 포함된 총 길이 4㎞의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1~2시간이면 산정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둘레길도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조각공원은 봐 주더라도 하트터널과 같은 조악한 가설물과 호수 주변의 명성산에서 피살되었다는 궁예에 관한 학습을 강요하는 조형물은, 둘레길의 평온한 발걸음을 훼방 놓기에 충분하다.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순수 자연’이란 거의 없다. 산정호수 자체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간섭이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인간이 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신의 위치를 겸허히 인정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관점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지금처럼 생태계의 파괴자 역할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칼럼에 게재된 신문의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www.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5270300015
포천 하면 광릉수목원이나 막걸리, 이동갈비 등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산정호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경기 포천시 북쪽의 영북면에 위치한 산정호수(山井湖水)는 말 그대로 ‘산속의 우물과 같은 호수’이다. 그런데 이 호수는 자연 호수가 아니라 1925년 일제강점기 때 영북농지개량조합이 관개용 저수지로 만든 인공호다.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신비와, 가을의 억새풀과 단풍이 어우러진 호수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1971년 산정호수의 사진을 보면 집과 건물, 보트장 등은 있지만 첩첩산중 속에 자리 잡은 호수의 자연스러운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산정호수의 이 아름다움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1977년 건설교통부가 이곳을 ‘국민관광지’로 지정하고 나서부터이다. 식당과 숙박업소가 호숫가를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놀이동산이 만들어졌다. 50년이 지난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흰색 철 구조물은 ‘바이킹’이다. 바이킹, 회전목마, 우주선 등을 갖춘 ‘산정랜드’는 산정호수의 풍광을 깨는 흠결이자 흘러간 시대의 유원지를 보는 쓸쓸함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정호수의 가치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호수와 산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호수 위에 수변 덱길이 설치되어 물 위를 걸으면서 호수와 산을 즐길 수 있다. 수변 덱길과 소나무길이 포함된 총 길이 4㎞의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1~2시간이면 산정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둘레길도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조각공원은 봐 주더라도 하트터널과 같은 조악한 가설물과 호수 주변의 명성산에서 피살되었다는 궁예에 관한 학습을 강요하는 조형물은, 둘레길의 평온한 발걸음을 훼방 놓기에 충분하다.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순수 자연’이란 거의 없다. 산정호수 자체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간섭이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인간이 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신의 위치를 겸허히 인정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관점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지금처럼 생태계의 파괴자 역할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칼럼에 게재된 신문의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www.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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