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수스조합이 무상제공한 사진으로 쓰여진 법보신문 칼럼 <불국사 자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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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 이사장)
1969년에 촬영한 불국사 자하문 사진을 보며 이런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수학여행 때, 자하문의 백운교, 청운교 돌계단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계단을 미끄럼틀처럼 타다가 굴러 떨어질 뻔했다던가, 자하문으로 들어간 뒤 경내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에 기어 올라가 손가락으로 ‘V’자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등의 추억 말이다.
한국 문화재의 국가대표급인 불국사가 놀이터처럼 취급되던 그런 시절이었다. 신문에 게재된 자하문 사진들을 찍은 위치에는 구품연지(九品蓮池)가 있었다. 전설처럼 사라져 버린 이 연못은 중생들이 속세의 번뇌를 씻고 마음을 정화하는 공간이었다. 신라인들은 구품연지에서 출발하여 청운교, 백운교 다리를 건너 자하문을 통과하면 석가탑, 다보탑이 있는 ‘부처님의 나라(佛國)에 들어왔다’는 신비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불국사는 극락정토를 현실세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라시대 사찰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불국사는 왜군에 의해 불탔고, 구품연지도 어느 순간, 땅속에 묻혀버렸다. 한국전쟁으로 대웅전 등 주요 전각이 다시 파괴되었고, 이후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출입과 철없는 사진 찍기로 불국사의 훼손 상태는 더 심해졌다. 이에 따라 1969년부터 대대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2017년의 사진을 보면 청운교, 백운교에 난간을 끼웠지만 석가탑과 다보탑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복원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회랑(回廊)이 두 개의 탑을 가렸기 때문이다. 또한 수학여행, 신혼여행 관광버스가 주차할 공간과 집합장소로 구품연지가 묻혀있는 앞마당만한 곳이 불국사에는 없었다. 단지, 이 이유만으로 구품연지는 복원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부처님 말씀처럼 불국사 외형은 바뀌었지만, 후손들은 변화 속에서도 불국사에 담긴 신라인들의 염원을 기억해야 한다.
불국사 방문 후, 자하문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라. 당신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 발아래 구품연지가 있다. 신라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구품연지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을 보면서 청운교와 백운교의 33개 계단을 구름 위를 걷듯 하나하나 딛고 올라가 극락정토에 도달하는 희열을 맛보라. 다만, 이 길을 마음으로만 걸어야 한다. 이젠 문화재보호를 위해 출입금지다.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895
1969년에 촬영한 불국사 자하문 사진을 보며 이런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수학여행 때, 자하문의 백운교, 청운교 돌계단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계단을 미끄럼틀처럼 타다가 굴러 떨어질 뻔했다던가, 자하문으로 들어간 뒤 경내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에 기어 올라가 손가락으로 ‘V’자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등의 추억 말이다.
한국 문화재의 국가대표급인 불국사가 놀이터처럼 취급되던 그런 시절이었다. 신문에 게재된 자하문 사진들을 찍은 위치에는 구품연지(九品蓮池)가 있었다. 전설처럼 사라져 버린 이 연못은 중생들이 속세의 번뇌를 씻고 마음을 정화하는 공간이었다. 신라인들은 구품연지에서 출발하여 청운교, 백운교 다리를 건너 자하문을 통과하면 석가탑, 다보탑이 있는 ‘부처님의 나라(佛國)에 들어왔다’는 신비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불국사는 극락정토를 현실세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라시대 사찰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불국사는 왜군에 의해 불탔고, 구품연지도 어느 순간, 땅속에 묻혀버렸다. 한국전쟁으로 대웅전 등 주요 전각이 다시 파괴되었고, 이후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출입과 철없는 사진 찍기로 불국사의 훼손 상태는 더 심해졌다. 이에 따라 1969년부터 대대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2017년의 사진을 보면 청운교, 백운교에 난간을 끼웠지만 석가탑과 다보탑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복원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회랑(回廊)이 두 개의 탑을 가렸기 때문이다. 또한 수학여행, 신혼여행 관광버스가 주차할 공간과 집합장소로 구품연지가 묻혀있는 앞마당만한 곳이 불국사에는 없었다. 단지, 이 이유만으로 구품연지는 복원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부처님 말씀처럼 불국사 외형은 바뀌었지만, 후손들은 변화 속에서도 불국사에 담긴 신라인들의 염원을 기억해야 한다.
불국사 방문 후, 자하문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라. 당신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 발아래 구품연지가 있다. 신라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구품연지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을 보면서 청운교와 백운교의 33개 계단을 구름 위를 걷듯 하나하나 딛고 올라가 극락정토에 도달하는 희열을 맛보라. 다만, 이 길을 마음으로만 걸어야 한다. 이젠 문화재보호를 위해 출입금지다.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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