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수스조합이 무상제공한 사진으로 쓰여진 법보신문 칼럼 <선암사 승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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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 교수)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기슭에 있는 선암사(仙巖寺)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사찰이다. 542년 아도화상이 창건했고, 875년 도선국사가 현재의 터로 옮겼다는 이 절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절 입구에 있는 다리 승선교(昇仙橋)다. 조선 숙종 때 호암대사(護巖大師)가 절을 중건하며 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선암사 초입에 들어서면 부도가 즐비한 부도밭이 있고, 이를 지나 경내로 들어가려면 시냇물을 건너야 한다. 그 건널목에 같은 모양의 다리 두 개가 놓여 있는데, 두 번째 다리가 승선교다. 한국의 절은 산속에 위치해 계곡을 건너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인위적으로 절 입구에 물을 흐르게 하고 다리를 배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다리는 사바세계와 불국정토를 경계 짓는 역할을 하며, 두 이질적인 영역을 연결하는 통로 구실까지 맡는 상징적 구조물이다. 예전에는 승선교를 건너지 않으면 경내에 이르지 못했으나, 현재는 다리 오른편에 새로 도로를 만들어 승선교를 보호하고 있다.
두 사진을 보면, 승선교는 돌을 무지개 모양으로 연결하여 만든 홍예교(虹霓橋)다. 화강암을 잘 다듬어 빈틈없이 맞물리게 해 다리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는 반원 형태의 구조인 홍예를 만들었다. 홍예 중앙에서 조금 튀어나온 돌을 볼 수 있다. 용머리를 조각한 용두석(龍頭石)이다. 장식 효과뿐 아니라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악귀로부터 다리를 건너는 중생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속설에는 이 돌을 뽑으면 다리가 무너진단다. 승선교는 뜯어볼수록 남다른 조형미와 상징성을 고루 갖춘 걸작이다. 특히 1971년의 사진을 보면, 다리의 반원과 물에 비친 다리 그림자의 반원이 합쳐지며 완전한 원을 이룬다. 합일의 경지에 달한 형상을 보여준다. 홍예 사이로 멋지게 보이는 건물은 강선루(降仙樓)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1971년과 2025년 사진의 홍예를 둘러싸고 있는 벽을 구성한 돌의 차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1971년에는 주변 계곡에서 얻은 자연 그대로의 동글동글한 냇돌로 벽을 쌓았는데, 2025년 사진에는 네모진 돌이 더 많다. 2004년 마친 보수공사 때 돌을 일부 교체했기 때문이다. 1971년에는 다리 바닥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자란 풀들이 난간 구실을 했지만, 2025년에는 말끔히 정리됐다. 여러 가지로 자연미가 사라져 아쉽다.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28165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기슭에 있는 선암사(仙巖寺)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사찰이다. 542년 아도화상이 창건했고, 875년 도선국사가 현재의 터로 옮겼다는 이 절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절 입구에 있는 다리 승선교(昇仙橋)다. 조선 숙종 때 호암대사(護巖大師)가 절을 중건하며 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선암사 초입에 들어서면 부도가 즐비한 부도밭이 있고, 이를 지나 경내로 들어가려면 시냇물을 건너야 한다. 그 건널목에 같은 모양의 다리 두 개가 놓여 있는데, 두 번째 다리가 승선교다. 한국의 절은 산속에 위치해 계곡을 건너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인위적으로 절 입구에 물을 흐르게 하고 다리를 배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다리는 사바세계와 불국정토를 경계 짓는 역할을 하며, 두 이질적인 영역을 연결하는 통로 구실까지 맡는 상징적 구조물이다. 예전에는 승선교를 건너지 않으면 경내에 이르지 못했으나, 현재는 다리 오른편에 새로 도로를 만들어 승선교를 보호하고 있다.
두 사진을 보면, 승선교는 돌을 무지개 모양으로 연결하여 만든 홍예교(虹霓橋)다. 화강암을 잘 다듬어 빈틈없이 맞물리게 해 다리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는 반원 형태의 구조인 홍예를 만들었다. 홍예 중앙에서 조금 튀어나온 돌을 볼 수 있다. 용머리를 조각한 용두석(龍頭石)이다. 장식 효과뿐 아니라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악귀로부터 다리를 건너는 중생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속설에는 이 돌을 뽑으면 다리가 무너진단다. 승선교는 뜯어볼수록 남다른 조형미와 상징성을 고루 갖춘 걸작이다. 특히 1971년의 사진을 보면, 다리의 반원과 물에 비친 다리 그림자의 반원이 합쳐지며 완전한 원을 이룬다. 합일의 경지에 달한 형상을 보여준다. 홍예 사이로 멋지게 보이는 건물은 강선루(降仙樓)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1971년과 2025년 사진의 홍예를 둘러싸고 있는 벽을 구성한 돌의 차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1971년에는 주변 계곡에서 얻은 자연 그대로의 동글동글한 냇돌로 벽을 쌓았는데, 2025년 사진에는 네모진 돌이 더 많다. 2004년 마친 보수공사 때 돌을 일부 교체했기 때문이다. 1971년에는 다리 바닥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자란 풀들이 난간 구실을 했지만, 2025년에는 말끔히 정리됐다. 여러 가지로 자연미가 사라져 아쉽다.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2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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