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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스조합, 경향신문 연재 <반세기 기록의 기억> (70회)”남산공원 어린이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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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3-05-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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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1971년 5월5일 어린이날.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남산공원을 향하다가 방송 송신탑이 보이자 발걸음이 빨라진다. “방송 전파가 잡히지 않아 ‘테레비(TV)’가 잘 나오지 않는 곳이 많아 남산 꼭대기에 송신탑을 세우고 있다”고 앞서 걷던 아빠가 설명해준다.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 동상이 있는 백범광장에 도착했다. 남산 언덕에 우뚝 선 어린이회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는 숨이 멎을 지경이다. 1970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어린이회관은 18층 초고층 건물로 돔 모양의 지붕은 마치 우주기지 같았다.
 
어린이회관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미국이 기증한 아폴로 11호 우주선 모형을 보면서 아이는 자신이 달에 착륙한 우주인이 된 듯했다. 천체 과학실, 과학 실험실, 과학 오락실에서 아이는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한 시간에 한 바퀴 도는 어린이회관 맨 꼭대기층의 회전전망대다. 서울시내 전경이 영화 필름처럼 돌아가며 펼쳐지자 엄마, 아빠도 신혼 시절을 떠올린다.

“남산공원, 이승만 대통령 동상 앞에서 엄마랑 결혼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어디였더라?”
아빠의 흐릿한 기억을 엄마가 선명히 복구시킨다

“이승만 동상은 4·19혁명 때 사람들이 부셨잖아요. 그리고 그 자리에 어린이회관을 지은 거예요.”

이때 밖에서 차임벨이 크게 들린다. 남산공원의 꽃시계가 현재 시간이 낮 12시임을 알려주는 소리다. 어린이날을 맞아 남산공원 분수대는 수영장 놀이터로 변했고 무료 관람의 동물원, 식물원은 솜사탕과 풍선을 양손에 쥐고 있는 아이에게 천국이었다.

그런데 아이의 천국이 소리 소문 없이 철거됐다. 어린이회관은 1974년 도서관으로 건물 용도가 변경됐고, 지금은 서울시교육청이 사용하고 있다. 남산공원 분수대는 물줄기를 뿜지 않고 동물원, 식물원, 꽃시계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추억을 간직한 장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이가 자기 손의 풍선을 놓쳐버린 것과 같은 안타까움이다.

반세기가 지나,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이제 노인이 되어 버린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남산공원에 가면 나무만 빽빽하다. 그렇지만 어린이회관 건물이 과학의 성지였던 것을 기억하고 미소를 머금으면 그날은 어른들에게도 ‘어린이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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