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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스조합, 경향신문 연재 <반세기 기록의 기억> (74회) “서울 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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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0회 작성일 23-06-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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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 이사장)

멕시코에 ‘망자(죽은 자)의 날’이 있다. 후손들이 조상들 제사를 지내면 망자가 저승에서 이승으로 건너온다는 날이다. 그런데 이승으로 넘어올 수 없는 망자가 있다. 후손들이 기억하지 않는 망자는 저승에서도 머무를 수 없는 ‘마지막 죽음’을 맞게 된다. 영혼마저 소멸되는 것이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코코>에 등장하는 망자는 자신이 작곡한 음악노트를 친구에게 뺏기고 살해당한 후 ‘마지막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후손들이 이 망자를 ‘가족을 등한시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잊으려 하기 때문이다. 한편, 친구의 노래를 훔친 살인자는 유명가수가 되어 잘 먹고 잘살다가 죽어서도 후손들이 영웅으로 기리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국립현충원’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한다면 <코코>를 베꼈다는 표절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 ‘현충원’에는 독립운동가들과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함께 묻혀 있다. 영화 출연 예정자는 일본군 장교 다카키 마사오였던 대통령 박정희와 독립군을 때려잡았던 간도특설대 출신 등 국가공인 친일파 12명이다. 이들은 해방 후엔 친미와 반공을 부르짖으며 부귀영화를 대대손손 누렸고 죽어선 현충원 비석에 자신의 직위와 이름이 새겨졌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영화 속 대사는 “나는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5월, 현충원을 방문한 일본 총리 기시다가 한 말이 아니다. 현직 한국 대통령 윤석열의 공식 발언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들을 안장했던,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군묘지가 국립묘지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현재는 국립현충원으로 불린다. 6월 호국보훈의달에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을 보면 반세기 세월이 흘렀지만 순국선열들이 안장된 무덤의 위치는 변함이 없다.

영화 <코코>는 친구를 살해한 범죄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친일파와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던 독립운동가들이 현충원의 무덤들을 보고 유언을 한다면 “나를 현충원에 묻지 말라”일 거다. 후손들이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들의 과거를 잊고 일제에 목숨 걸고 싸운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현충원 영화는 결론이 뻔한 새드무비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60203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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