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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스조합, 경향신문연재 <반세기 기록의 기억> ( 85회) "퇴계로 지하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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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3회 작성일 23-09-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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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찬휘 (녹색당 대표)

서울역에서 퇴계로로 진입해서 명동역을 지나자마자 지하차도가 나온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무수한 지하차도 중에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지하차도를 1971년 당시 조성봉 선생이 카메라에 담았던 이유는, 이것이 그해 8월15일에 완공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지하차도는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퇴계로 지하차도 위에는 ‘축 개통’ 글자가 걸리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이 탄 고급 외제승용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대한뉴우스’는 화면에 담았다. 1971년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세종호텔’ 앞은 상습 정체 구간이었다. 당시 언론은 자동차가 세종호텔 앞을 ‘논스톱’으로 지나가게 된 것을 대서특필했다.

 1971년 사진을 보면 지금 사진에는 없는 고가도로가 보인다. 1969년 3월22일에 개통한 ‘삼일고가도로’다. 왼쪽으로 따라가면 당시 최고(最高)의 건물을 자랑한 삼일빌딩이 나오고 오른쪽을 타고 올라가면 남산 1호터널이 나온다. 두 건축물 모두 1970년에 완공되었으니, 3년 사이에 서울의 풍경은 상전벽해를 맞이한 것이다. 위로는 고가도로가 지나가고 아래로는 지하차도가 통과하며, 남산에는 터널이 뚫린 서울 중심가의 모습은 당시 ‘조국 근대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지하차도와 고가도로, 그리고 세운상가 등의 대공사는 ‘불도저 시장’으로 유명했던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의 군사주의적 도시 개발을 잘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판자촌이 철거되고 사람들은 폭력적으로 쫓겨났다. 또한 ‘논스톱’이란 홍보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지하차도와 고가도로는 자동차 중심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곳에서는 보행과 자전거 등이 원천적으로 제거된다.

이렇듯 구조물 속에서 내재한 폭력성은 이제 끔찍한 사고로 표출되고 있다. 2014년 부산 우장춘로 지하차도, 2020년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에 이어 올해에는 오송 지하차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자동차의 빠른 이동만을 생각한 도로 계획 속에는 재난에 대비한 안전상의 고려가 애초부터 없었다. 전국의 지하차도가 위험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폭우와 범람과 침수는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점 더 파멸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이 되었다. 생명을 고려하지 않는, 안전을 도외시하는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이제 흉기(凶器)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 흉기들을 멈춰야 한다.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817200401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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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22 (136.2K) 2회 다운로드 | DATE : 2023-09-02 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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