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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스조합, 경향신문 연재 <반세기 기록의 기억> (39회) "국군의 날 시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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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3회 작성일 22-09-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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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1971년 ‘국군의날’ 행사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현역군인 전두환이 대통령 박정희에게 상황보고를 하고 있다.

“각하! 10월1일 행사를 위해 3개월 전에 차출된 육해공 군인들이 여의도광장에서 열병식, 낙하산 강하, 특공무술 등 실전 못지않은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모래섬 여의도 광장이라서 실전 못지않겠구먼. 자네 국군의날이 왜 10월1일인지 아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6·25 때 육군이 38선을 통과해서 북으로 진격한 날이 10월1일이라서 이승만 정부가 그날을 국군의날로 지정한 거야.”

박정희의 핀잔에 전두환이 머리를 긁적거린다.

“북쪽 애들이 김일성광장에서 하는 거보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하는 거 알지? 북한탱크는 TV로 봐도 광이 나더구먼.” “그래서 우리도 구두약으로 전차 타이어랑 탱크 밑바닥까지 광을 내고 있습니다.” “광내는 것보다 신경 쓸 거는 국군의날 행사, 하이라이트인 시가행진이야.”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최정예 미사일 부대가 선두에 서고 해병대, 특전사, 여군뿐만 아니라 예비군까지 일사불란한 대오로 움직일 겁니다.” “예비군들은 어떻게 동원했나?” “진짜 예비군은 아니고 현역군인들 중에서 나이 들어 보이는 애들을 뽑아서 예비군복에 예비군 마크를 부착시켜서 위장했습니다.” “잘했어!”

박정희의 칭찬 아닌 칭찬에 전두환의 목소리가 커진다.

“각하께서 5·16군사혁명을 일으켰을 때, 제가 육사 생도들을 동원해서 혁명을 지지하는 시가행진을 주도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구먼, 1961년 5월16일에 탱크를 앞세우고 내가 중앙청을 접수했지. 에이! 기분이다. 앞으로 10월1일 국군의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 “구국의 결단이십니다.”

전두환이 부동자세를 취하며 박정희에게 거수경례까지 한다.

“올해가 1971년인데 10년 후, 1980년에 우리가 뭘 하고 있을까?” “각하는 대통령을 계속하시고 저는 각하를 본받아 참 군인의 길을 걷고 있을 겁니다.”

1971년 국군의날에 세종대로 시가를 행진하는 사진과 군국주의 문화의 상징인 군인들 시가행진이 사라진 2022년 세종대로 모습이다. 사망한 박정희와 전두환의 가상 대화이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 외에 군인들이 망국적 불법행위(쿠데타)로 탱크를 몰고 도심지에 나타나는 건 가상으로도 금지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93003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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