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조롱하는 단체의 <대담한 장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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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7회 작성일 24-07-26 10:13본문
미스치프가 저작권을 가지고 노는 법
‘저작권’을 조롱하는 미스치프의 대담한 장난들
‘NOTHING IS SACRED’
지난 4월 28일, 오늘날 여러 의미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의 전 세계 첫 회고전 《MSCHF: NOTHING IS SACRED》가 대림미술관에서 폐막했습니다. 2023년 11월 10일부터 열려 원래 올해 3월 31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관람객의 요청으로 한 달이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유머는 사람들이 대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수십 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비정형 창작 집단인 미스치프는 늘 상식을 전복시키고 경계를 부수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몹시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의 선을 넘는 장난은 경탄을 넘어 경악을 유발합니다.
먹으면 범법행위가 되지만 먹지 않고 보관만 하면 범법행위가 아닌 마약물을 수백 캔의 음료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은 뒤 자물쇠를 걸어넣고 버젓이 전시하고(‘Drink Me’),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농구공에 직접 사인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 뒤 실제로는 롱아일랜드에 사는 대학 교수 겸 기자 ‘마이클 조던’이 사인한 농구공을 배송하는(‘Dunk Dot Biz’) 행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즉 법과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작위적인지 깨닫게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신성’은 바로 저작자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 ‘저작권’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만 개의 유무형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창작자가 영감을 얻은 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 오늘날 저작권은 과연 본래의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되고 있을까요? 그 자신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창작자인 미스치프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필자가 직접 관람한 《MSCHF: NOTHING IS SACRED》 전시에서, 저작권의 다양한 이슈를 자극하는 미스치프의 작품들을 모아봤습니다.
미스치프에게 ‘안전한 모험’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죠. 소송, 경고, 내용증명… 이런 것들은 끊임없이 세상을 도발하는 미스치프에겐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2022년 미스치프는 코카콜라, 테슬라, 월마트, 아마존 등 초대형 글로벌 브랜드 8곳의 로고를 훔쳐 레이싱 저지를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자신들에게 가장 먼저 C&D 레터(특허권 침해 행위 즉각 중단 경고장)를 보낸 기업을 우승자로 선정하고, 해당 ‘우승자’ 기업의 로고로 디자인된 레이싱 저지를 구매한 모든 사람에게 F1 챔피언 모자를 본뜬 ‘우승자 모자’를 추가로 증정했습니다.
C&D 레터(Cease and Desist Letter)란 기업들이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이 침해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조금이라도 침해가 의심되는 행위가 벌어질 경우 본 소송 직전에 문서의 형태로 경고장을 보내는 제도를 뜻합니다. 수많은 지적 재산권이 얽혀 있는 글로벌 기업 사회에서는 빈번하게 발송되는 일종의 내용증명인 셈이죠.
미스치프는 바야흐로 전쟁과도 같은 지적 재산권 분쟁의 현 세태를 풍자할 겸 바로 이 내용증명들의 유쾌한 경주를 기획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이 ‘레이스’에 말려든 8개 기업의 법무팀은, 자신들을 끌어들인 미스치프를 향해 맹렬한 경고장을 발송했고, 바로 이 시점부터 사상 초유의 ‘저작권 침해 레이스가 굴러가기 시작했죠. 참고로 경고장을 가장 먼저 보낸 우승자 기업은 서브웨이였다고 합니다.
“저작권 유효 기간은 누가 정하는 건데?”
저작권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요? 정답은 해당 저작권을 소유한 ‘저작권자’가 사망한 후 70년까지입니다. 가령 1937년 세상을 떠난 시인 이상이 남긴 모든 작품의 저작권은 사후 70년이 지난 2007년부로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습니다. 2021년 1월 1일에는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작권 인정 기간이 만료되었고, 2022년 1월 1일에는 그 유명한 ‘곰돌이 푸’의 저작권 인정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70년’이라는 기간이 정해진 데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원래 50년이었던 기간을 월트 디즈니사가 자신들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70년으로 연장한 것이었죠. 이 여파는 한국에도 전해졌는데요, 2011년 FTA 체결로 인해 국내 예술 작품들의 저작권 인정 기간 역시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디즈니는 이것도 모자라, 법인 저작물의 경우 ‘공표 후 95년’을 적용한다는 법까지 만들었습니다(미키마우스 보호법). 하지만 이러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올해 2024년 1월 1일 미키마우스 역시 저작권이 만료되어 퍼블릭 도메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미스치프는 돈과 법의 힘을 이용해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거대한 방탄 유리 속에 가둬두고 독식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권력이 못마땅했습니다. 이에,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사라지는 2024년이 되기도 전인 지난 2021년, 2024년이 되면 공개하기로 계획하고 미키마우스를 소재로 한 작품(‘Famous Mouse’)을 만든 뒤, 이를 다시 토큰으로 발행해 사람들에게 판매해 버렸죠.
해당 작품이 만들어진 시점은 2024년 1월 1일이 도래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저작권법으로 따지자면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키마우스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아직 작품이 공개되지 않았고, 그 또한 ‘토큰’으로만 존재하고 있었기에 법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죠. 그러나 디즈니를 비롯해 미키마우스를 사랑하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미스치프가 바로 원하던 바였죠.
“미국 내에서도 매우 충성도 높은 특정 집단이 열띠게 대응했고 관련해서 흥미로운 법적 쟁점도 많았어요. 우린 바로 이런 것들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습니까?”
만약 다빈치가 그린 명화 “모나리자” 진품이 당신의 방 안에 걸려 있다면 그 작품이 진품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어떻게 증명할 건가요?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 작품이 가품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도난 방지를 위해 진품은 베일에 가려진 공간에 철통 보안 속에서 관리되고 있고, 일반 대중이 볼 수 있는 건 진품과 100% 동일하게 모사된 가품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진품인 줄 알고 가품 “모나리자”를 감상한 관람객에게 그 “모나리자”는 진품이었을까요, 가품이었을까요? 진품 못지않은 감동과 감격을 선사했다면 그 순간의 감정만큼은 진품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1 of 1000’은 이러한 아리송한 질문을 작품으로 구현한 기발한 프로젝트입니다. 세계적인 예술가 앤디 워홀이 직접 그린 진품 그림 1점을 구입한 뒤, 작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모사한 999점의 가품을 만든 뒤 뒤섞은 것이죠. 미스치프는 심지어 ‘정품 인증서’마저 완벽하게 복제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무엇이 진품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두고 미스치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파괴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많은 작업을 해왔다. 워홀이나 피카소의 경우 진품에 대한 생각 자체가 파괴되었다.”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고, 정답을 맞히려는 순간 룰이 깨져버린다는 점에서, 미스치프의 이 장난은 독극물과 고양이를 밀폐된 용기에 함께 넣어두고 이 용기 속의 고양이가 살아 있을지 죽어 있을지 맞혀보라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총 1000점의 그림 중 진품 1점이 섞여 있는 작품을 여러분은 진품이라고 여기나요, 가품이라고 여기나요?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 이러한 찝찝한 의문 그 자체가 바로 미스치프가 의도한 ‘작품’이니까요.
“그냥 장난친 것뿐이야.
뭘 그렇게 정색해?”
미스치프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나이키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한 이른바 ‘예수 신발’과 ‘사탄 신발’이었습니다. 이 중 ‘사탄 신발’은 무려 1018달러로 출시되었는데, 이는 신발 케이스에 적힌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라는 누가복음 속 구절이 10장 18절이라는 점에서 착안된 것이었죠. 제작 수량은 악마를 상징하는 숫자인 666켤레.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매진되었고, 신발 밑창에는 미스치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실제 혈액이 소량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신발들을 커스텀하는 과정에서 나이키의 승인은커녕 협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나이키는 이 제품이 출시된 후 뜨거운 논란이 쏟아지자 자사는 해당 제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즉각 상표권 침해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정작 이 사태를 일으킨 미스치프는 대응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계속 도발적인 장난을 이어갔죠. 다만, ‘사탄 신발’ 출시를 함께 홍보했던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유명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의 한 장면을 인용했습니다. “그냥 장난친 것이다. 내가 장난으로 그런 거 다 알잖아?”
“인간은 보이지 않는 힘의 구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세상의 규칙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우리가 만드는 틈이 대화의 장을 열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_미스치프
만약 신성 불가침한 저작권법과 상표권법으로 인해 이 세상의 모든 저작권이 절대적으로 보호된다면 어떨까요? ‘모방은 예술의 어머니’라는 오래된 격언을 불러올 필요도 없이, 선인들이 펼쳐 놓은 작품들 사이를 현대의 예술가들이 마치 지뢰를 피하듯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광경을 떠올려보세요. 우리가 믿고 있는 상식과 규정에 대한 절대적 신봉은 과연 우리를 더욱 이롭게 해주고 있을까요?
괴짜 창작 집단 미스치프의 시도는 누군가를 혼내거나 흉보려는 악의도 아니고, 세상에 더 나은 개선책을 제공하겠다는 선의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 우리가 일방적으로 따르고 있는 규칙들이 얼마나 하찮고 형편없는지 깨닫게 하려는 것뿐이죠. 자신들의 제품이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격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정작 지목당한 제품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치솟아 놀란 나이키의 상표권 소송처럼 말이죠. 그나저나 혹시 지금까지 소개한 이들의 작품들이 보기 불편하셨나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모두 장난일 뿐이니까요!
https://antiegg.kr/22072/
‘저작권’을 조롱하는 미스치프의 대담한 장난들
‘NOTHING IS SACRED’
지난 4월 28일, 오늘날 여러 의미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의 전 세계 첫 회고전 《MSCHF: NOTHING IS SACRED》가 대림미술관에서 폐막했습니다. 2023년 11월 10일부터 열려 원래 올해 3월 31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관람객의 요청으로 한 달이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유머는 사람들이 대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수십 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비정형 창작 집단인 미스치프는 늘 상식을 전복시키고 경계를 부수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몹시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의 선을 넘는 장난은 경탄을 넘어 경악을 유발합니다.
먹으면 범법행위가 되지만 먹지 않고 보관만 하면 범법행위가 아닌 마약물을 수백 캔의 음료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은 뒤 자물쇠를 걸어넣고 버젓이 전시하고(‘Drink Me’),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농구공에 직접 사인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 뒤 실제로는 롱아일랜드에 사는 대학 교수 겸 기자 ‘마이클 조던’이 사인한 농구공을 배송하는(‘Dunk Dot Biz’) 행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즉 법과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작위적인지 깨닫게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신성’은 바로 저작자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 ‘저작권’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만 개의 유무형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창작자가 영감을 얻은 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 오늘날 저작권은 과연 본래의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되고 있을까요? 그 자신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창작자인 미스치프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필자가 직접 관람한 《MSCHF: NOTHING IS SACRED》 전시에서, 저작권의 다양한 이슈를 자극하는 미스치프의 작품들을 모아봤습니다.
미스치프에게 ‘안전한 모험’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죠. 소송, 경고, 내용증명… 이런 것들은 끊임없이 세상을 도발하는 미스치프에겐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2022년 미스치프는 코카콜라, 테슬라, 월마트, 아마존 등 초대형 글로벌 브랜드 8곳의 로고를 훔쳐 레이싱 저지를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자신들에게 가장 먼저 C&D 레터(특허권 침해 행위 즉각 중단 경고장)를 보낸 기업을 우승자로 선정하고, 해당 ‘우승자’ 기업의 로고로 디자인된 레이싱 저지를 구매한 모든 사람에게 F1 챔피언 모자를 본뜬 ‘우승자 모자’를 추가로 증정했습니다.
C&D 레터(Cease and Desist Letter)란 기업들이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이 침해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조금이라도 침해가 의심되는 행위가 벌어질 경우 본 소송 직전에 문서의 형태로 경고장을 보내는 제도를 뜻합니다. 수많은 지적 재산권이 얽혀 있는 글로벌 기업 사회에서는 빈번하게 발송되는 일종의 내용증명인 셈이죠.
미스치프는 바야흐로 전쟁과도 같은 지적 재산권 분쟁의 현 세태를 풍자할 겸 바로 이 내용증명들의 유쾌한 경주를 기획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이 ‘레이스’에 말려든 8개 기업의 법무팀은, 자신들을 끌어들인 미스치프를 향해 맹렬한 경고장을 발송했고, 바로 이 시점부터 사상 초유의 ‘저작권 침해 레이스가 굴러가기 시작했죠. 참고로 경고장을 가장 먼저 보낸 우승자 기업은 서브웨이였다고 합니다.
“저작권 유효 기간은 누가 정하는 건데?”
저작권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요? 정답은 해당 저작권을 소유한 ‘저작권자’가 사망한 후 70년까지입니다. 가령 1937년 세상을 떠난 시인 이상이 남긴 모든 작품의 저작권은 사후 70년이 지난 2007년부로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습니다. 2021년 1월 1일에는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작권 인정 기간이 만료되었고, 2022년 1월 1일에는 그 유명한 ‘곰돌이 푸’의 저작권 인정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70년’이라는 기간이 정해진 데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원래 50년이었던 기간을 월트 디즈니사가 자신들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70년으로 연장한 것이었죠. 이 여파는 한국에도 전해졌는데요, 2011년 FTA 체결로 인해 국내 예술 작품들의 저작권 인정 기간 역시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디즈니는 이것도 모자라, 법인 저작물의 경우 ‘공표 후 95년’을 적용한다는 법까지 만들었습니다(미키마우스 보호법). 하지만 이러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올해 2024년 1월 1일 미키마우스 역시 저작권이 만료되어 퍼블릭 도메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미스치프는 돈과 법의 힘을 이용해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거대한 방탄 유리 속에 가둬두고 독식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권력이 못마땅했습니다. 이에,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사라지는 2024년이 되기도 전인 지난 2021년, 2024년이 되면 공개하기로 계획하고 미키마우스를 소재로 한 작품(‘Famous Mouse’)을 만든 뒤, 이를 다시 토큰으로 발행해 사람들에게 판매해 버렸죠.
해당 작품이 만들어진 시점은 2024년 1월 1일이 도래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저작권법으로 따지자면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키마우스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아직 작품이 공개되지 않았고, 그 또한 ‘토큰’으로만 존재하고 있었기에 법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죠. 그러나 디즈니를 비롯해 미키마우스를 사랑하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미스치프가 바로 원하던 바였죠.
“미국 내에서도 매우 충성도 높은 특정 집단이 열띠게 대응했고 관련해서 흥미로운 법적 쟁점도 많았어요. 우린 바로 이런 것들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습니까?”
만약 다빈치가 그린 명화 “모나리자” 진품이 당신의 방 안에 걸려 있다면 그 작품이 진품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어떻게 증명할 건가요?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 작품이 가품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도난 방지를 위해 진품은 베일에 가려진 공간에 철통 보안 속에서 관리되고 있고, 일반 대중이 볼 수 있는 건 진품과 100% 동일하게 모사된 가품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진품인 줄 알고 가품 “모나리자”를 감상한 관람객에게 그 “모나리자”는 진품이었을까요, 가품이었을까요? 진품 못지않은 감동과 감격을 선사했다면 그 순간의 감정만큼은 진품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1 of 1000’은 이러한 아리송한 질문을 작품으로 구현한 기발한 프로젝트입니다. 세계적인 예술가 앤디 워홀이 직접 그린 진품 그림 1점을 구입한 뒤, 작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모사한 999점의 가품을 만든 뒤 뒤섞은 것이죠. 미스치프는 심지어 ‘정품 인증서’마저 완벽하게 복제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무엇이 진품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두고 미스치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파괴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많은 작업을 해왔다. 워홀이나 피카소의 경우 진품에 대한 생각 자체가 파괴되었다.”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고, 정답을 맞히려는 순간 룰이 깨져버린다는 점에서, 미스치프의 이 장난은 독극물과 고양이를 밀폐된 용기에 함께 넣어두고 이 용기 속의 고양이가 살아 있을지 죽어 있을지 맞혀보라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총 1000점의 그림 중 진품 1점이 섞여 있는 작품을 여러분은 진품이라고 여기나요, 가품이라고 여기나요?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 이러한 찝찝한 의문 그 자체가 바로 미스치프가 의도한 ‘작품’이니까요.
“그냥 장난친 것뿐이야.
뭘 그렇게 정색해?”
미스치프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나이키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한 이른바 ‘예수 신발’과 ‘사탄 신발’이었습니다. 이 중 ‘사탄 신발’은 무려 1018달러로 출시되었는데, 이는 신발 케이스에 적힌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라는 누가복음 속 구절이 10장 18절이라는 점에서 착안된 것이었죠. 제작 수량은 악마를 상징하는 숫자인 666켤레.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매진되었고, 신발 밑창에는 미스치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실제 혈액이 소량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신발들을 커스텀하는 과정에서 나이키의 승인은커녕 협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나이키는 이 제품이 출시된 후 뜨거운 논란이 쏟아지자 자사는 해당 제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즉각 상표권 침해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정작 이 사태를 일으킨 미스치프는 대응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계속 도발적인 장난을 이어갔죠. 다만, ‘사탄 신발’ 출시를 함께 홍보했던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유명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의 한 장면을 인용했습니다. “그냥 장난친 것이다. 내가 장난으로 그런 거 다 알잖아?”
“인간은 보이지 않는 힘의 구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세상의 규칙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우리가 만드는 틈이 대화의 장을 열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_미스치프
만약 신성 불가침한 저작권법과 상표권법으로 인해 이 세상의 모든 저작권이 절대적으로 보호된다면 어떨까요? ‘모방은 예술의 어머니’라는 오래된 격언을 불러올 필요도 없이, 선인들이 펼쳐 놓은 작품들 사이를 현대의 예술가들이 마치 지뢰를 피하듯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광경을 떠올려보세요. 우리가 믿고 있는 상식과 규정에 대한 절대적 신봉은 과연 우리를 더욱 이롭게 해주고 있을까요?
괴짜 창작 집단 미스치프의 시도는 누군가를 혼내거나 흉보려는 악의도 아니고, 세상에 더 나은 개선책을 제공하겠다는 선의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 우리가 일방적으로 따르고 있는 규칙들이 얼마나 하찮고 형편없는지 깨닫게 하려는 것뿐이죠. 자신들의 제품이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격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정작 지목당한 제품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치솟아 놀란 나이키의 상표권 소송처럼 말이죠. 그나저나 혹시 지금까지 소개한 이들의 작품들이 보기 불편하셨나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모두 장난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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