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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고 노회찬 의원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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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61회 작성일 18-08-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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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노회찬이 노회찬에게


가장 솔직한 것이 가장 자유롭다.
나는 매일같이
내가 갇힌 자유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나는 체포되어
내 자유의 감옥으로 여지없이 끌려온다.
이 미칠 것 같은 내 자유의 혐오
등 돌리고 앉아서도 늘 그럴듯하게
자유의 위대한 칼을 뽑아든다.
그리고 내게 규정된 삶을 매우 특별하게 진술한다.
진실이 아닌 모든 허구는 나에게 가로막힌다.
내가 만든 이 엄격한 자유의 감옥에는
진실과 거짓이라는 두 개의 문밖에 없다.
흔해빠진 거짓은 자유의 감옥에 갇히지도 않는다.
진실이 자유를 위한 피라면 거짓은 피의 감옥이다

돈 때문에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하루하루 먹고살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누가 공돈을 줘도 받지 않는다.
자기모순에 빠진다는 건 이다지도 무섭다

그러니까 노회찬이 노회찬을 바라본 것이다.
노회찬이 노회찬을 꾸짖은 것이다.
노회찬이 남을 마주했다면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다.
노회찬이 노회찬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노회찬이 노회찬을 버리라고 말한 것이다.
자유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솔직함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도 솔직한 게 아니다.
노회찬은 노회찬에게 얼마나 괴로웠을까?
노회찬은 노회찬에게 얼마나 슬퍼했을까?
솔직함을 안고 끝내 죽음으로 탈출한다면
그것은 회피가 아닌 자유를 향한 선택이다.
우리는 자신에게서 그 어떤 솔직함을 얻을 것인가?
우리는 자신에게 그 어떤 자유를 남겨 줄 것인가?
살아 있는 자여, 죽는 날까지 이 차가운 고민을 하라!

자유여, 너의 신성한 교수대 위에
나는 이 짧게 움츠린 목을 감히 내걸지도 못하리.


_ 임성용(시인. 전태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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