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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벚꽃 흩날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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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18-08-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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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쏘아 올리다

어느 요양보호사의 아침
요양보호사의 아침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면서 요양원 어르신들의 밤사이 안부를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장기보험 1급 환자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에 없는 치매 어르신을 나는 ‘뮤즈’와 ‘제우스’라 부른다. 그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같다. 치열하게 한평생을 살다가 이제는 쉬러 온 뮤즈와 제우스.
나는 이곳 요양원을 하늘나라로 가기 전 단계인 ‘하늘정원’이라고 부른다. 하늘정원에서 뮤즈와 제우스는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 마치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몸과 이별을 고했듯이.

나도 언젠가는 이들 뮤즈와 제우스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 와서 갈아주기 전까지는 축축한 기저귀에 몸을 맡겨야 할 것이다. 누군가 와서 내 입안에 숟가락으로 죽을 넣어주기 전까지는 목이 마른 것도 견뎌야 할 것이다. 누군가 와서 내 손과 발을 어루만져 주기까지 담요 밖으로 갑갑한 발을 빼내지도 못할 것이다.
비 오는 날엔 요양원에서 요일마다 바뀌는 프로그램에 동원되어 휠체어에 실린 채 실내복을 입은 상태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시끄러운 노래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열정에 가득 찬 봉사자에 의해 억지로 간식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침대 곁에서 내 손을 잡고 한동안 체온을 나누어 줄 봉사자도 만날 수 있겠지. 모르겠다. 낯선 사람의 체온이 반가울지 어떨지. 지금 생각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잡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고마울 것 같다. 몸에 좋다고 억지로 먹이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젊어서도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지 않던 내가 하늘나라에 가기 직전에, 그것도 억지로 먹게 된다면 고통스러울 테니까.

지은이:
이은주(일본문학 번역가,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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