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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74회 작성일 18-08-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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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쏘아 올리다


보 조 침 대


커튼으로 둘러친 칸막이 은밀한 공간
노크도 없이 공간은
침탈당한다

밤 10시 이후
한 병실, 여섯 개의 공간이 소등되고
환자들이 뱉어내는 숨의 찌꺼기와 오줌 지린내가
스프레이 퍼지듯
환자 침대 바로 밑
보조침대에
침투 한다

‘절대안정, 금식’ 팻말이 붙은 환자침대
링거병이  부정맥처럼 흔들리면
보조침대 보호자는
링거병을  마지막 잎새로
착각 한다

보조침대에서 쪽잠은
양발이 빼꼼 나오고
머리는 미니 냉장고에 닿을 듯 말 듯
죽으면 누울 관도 이 보다는 편하지 않을까
년식을 알 수 없는 냉장고는
콤프레서 수명이 다한 듯
드르륵~  가래끓는
석션 소리를 내고 있다

낮에는 의자,  밤에는 보조침대
낮에는 토벌대,  밤에는 빨치산
시절이 있었다는
건너편  침대  치매환자 할아버지 증언에
보조침대는 하루 종일
불안하다

절대 죽지 않을 것 같던 어린 시절
느티나무 아래
어른 서너 명이 누워도 넉넉했던 
평상에서는
하늘이 파랗게 보였다.
바람 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떨어지는 밤하늘  별똥별......

보인다
자살 방지를 위해 열리지 않는 병실 창문,
충돌하는 치명적 병명들,
운명을 낙하시키는
천장 스프링클러가
보인다


찌든 것조차 마비된 새벽
보조침대를 튜브삼아 허우적거리는데
의사, 간호사가 자기 집 화장실문 열 듯
커튼 장막 안으로 상륙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 나타난 콜럼부스 일행처럼......
보조침대에서
환자보다 먼저 일어나
똥 싸다만 자세로 그들을
환영 한다
자비를 구하는 식민지 원주민의 모습으로


* 지은이 소개 : 김형진 (다큐영화 ‘기죽지마라’ 연출)
● 사진설명 : 서울지역 종합병원 입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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