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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전의 뿌리를 찾아, 배재 vs. 양정 럭비정기전

기사입력 2019.01.25. 오후 04:55 최종수정 2019.01.26. 오후 10:39

정기전의 뿌리를 찾아, 배재 vs. 양정 럭비정기전

 



 [SPORTS KU = 글 정유민 기자, 사진 네이버 블로그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고려대와 연세대 간의 정기전은 대표적인 라이벌전이다. 하지만 그보다 역사가 오래된 정기전이 있다. 양정의숙과 배재학당 사이의 정기전이 그것이다. 지난해에도 11월 3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배재 럭비 OB회의 주최로 전(全)양정 vs. 전(全)배재 럭비정기전이 열렸다. 비록 대학 정기전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양교의 다양한 나이대의 졸업생과 재학생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서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1930년 창단한 양정고와 이듬해 팀을 구성한 배재고는 해방 이후 한국 럭비를 이끌어왔다. 양정고와 배재고를 졸업한 럭비 선수들이 1945년 개최한 OB 정기전이 양교 정기전의 시초가 됐다. 지금까지도 정기전의 메인 경기가 OB 정기전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주최 측 학교가 뒤로 오는 전통에 따라 올해 양교 정기전의 정식 명칭은 양정 대 배재, 양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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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양정 대 배재 정기전 모습 사진_셀수스협동조합 제공]

 

  교육자였던 고(故) 변창환 선생의 제안으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처음 열린 정기전은 한국전쟁과 군부독재 시절, 그리고 지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2014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그러므로 배재-양정 정기전은 54년에 시작된 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 정기전인 고연전보다 무려 8년이나 먼저 시작된 국내 최초의 정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고려대학교의 응원구호 ‘입실렌티 체이홉 카시코시 코시코 칼마시 케시케시 고려대학 칼마시 케시케시 고려대학’는 양정의 응원구호 ‘입실렌 체이홉 카시카시 케시코 칼마시 케시케시 양.정.양.정 빅토리 야!!’와 놀랄 만큼 유사하다. 상대팀의 응원구호와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 배재-양정 정기전은 마치 열띤 함성으로 가득 찬 고연전 모습과 닮아있다.


  경기는 크게 재학생 시합인 YB경기와 졸업생 시합인 OB경기로 나뉜다. 40세 이상 OB 친선전, 중학교 YB전, 고등학교 YB전, OB전이 치러지며 정식 승패는 고등학교 OB전으로 가른다. 올해 제62회 정기전 OB 경기에서는 양정 OB가 19-5로 배재 OB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40대 이상 OB 친선전과 중학교 YB전에서는 배재가 승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네 종목 이외에도 여성 7인제 럭비가 이벤트성 경기로 진행되어 볼거리를 더했다.


  럭비가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1920년대 무렵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교 정기전이 막 시작될 무렵까지도, 럭비는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스포츠였던 모양이다. 이는 당시 기사를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었다. 럭비는 본래 몸싸움이 허용되는 격렬한 종목이다. 네 번째 정기전이 열린 1948년 한 신문에 실린 기사는 그에 대한 충격을 여실 없이 담아냈다.


'럭비축구협회 주최 본사 후원인 제4회 전양정 대 전배재의 정기럭비축구대회는 (이하 중략) 경기 시초부터 본 대회의 취지를 망각한 듯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탈선행위가 선수 간에 속출되어 일시 장내는 살기를 띤 채 경기라기보다는 싸움판에 가까운 듯한 느낌을 주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본 대회의 목적으로 보나 조선체육계를 위하여서나 일대 유감이었다' (경향신문 1948년 11월 16일자 발췌)  
 


  이는 럭비에 대한 당시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비롯된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각종 부상이 속출할 만큼 격렬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치러지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하나가 되는 No Side 정신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종목이 바로 럭비다. 양정과 배재의 정기전 역시 뜨거운 응원 열기 속에서 치열하게 승패를 가리지만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서로의 교가를 함께 부르며 하나가 된다.
 

  위 자료를 달리 보면, 한국 럭비와 양교 정기전이 지금까지 오래 동행해왔음을 느낄 수 있다. 양정중?고등학교와 배재중?고등학교는 명실상부 럭비 명문 학교로 수많은 럭비 선수들을 배출해냈다. 하지만 한국에서 럭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타 종목에 비해 부족하며 유서 깊은 양교 정기전에 대한 관심 역시 부족하다. 7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양정과 배재, 배재와 양정의 교류가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 럭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치열함과 하나됨'. 모순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럭비. 그리고 한국 럭비의 주춧돌인 양교의 정기전. 이들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2018년 제 62회 전(全)양정 vs. 전(全)배재 럭비정기전 경기 결과

40세 이상 OB 친선전 29-0
중학교  YB전 22-19
고등학교 YB전 40-19
OB전 19-5




기사제공 고려대학교 SPORTS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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