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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의 법률톡톡] 펜스룰 vs 미투운동..'성(性) 리스크' 해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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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39회 작성일 18-03-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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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전방위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이 번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성범죄를 고발하는 ‘창’이라면 펜스룰은 ‘방패’다. 남성들의 입장에서 여성과의 독대 자체를 하지 않고, 오해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성 개념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배 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으려는 심정은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채용에서도 펜스룰은 암묵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이 채용 단계에서부터 여성 직원을 최소한으로 뽑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업무능력이 동일하다면 성추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남성을 채용하는 식이다.

물론 법은 채용과정에서의 남녀차별을 금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37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하거나,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실제로 성(性)을 이유로 차별 받았다고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성별 무관으로 채용한다고 공고를 올린 후 특정성별 지원자만 합격시키면 그만이다. 역량으로 판단해서 채용했다고 하면 토를 달기 어렵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혼합한 면접방식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성에 의한 차별이든, 배경의 의한 차별이든, 차별의 문제를 법에 의한 규제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법에 의해 구제되지 않는 피해는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발돼 처벌받기 쉽지 않으니 과연 해도 '좋은' 것일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저하할 수 있다. 성별 쏠림 현상은 경직된 조직문화로 이어진다. 채용‧승진 시 개개인의 역량보다 성별을 먼저 고려한다면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 우수 인재 발탁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람이 자산인 벤처기업에서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의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통 사고는 치명적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차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 리스크보다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기업 내에서의 펜스룰 논쟁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펜스룰은 단기적으로는 간단하고 명확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되기 어렵다.

양성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사내 성추문에 대한 빠르고 단호한 대처, 명확한 역할분담이 ‘성 리스크’에 대처하는 확실한 해결책이다.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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