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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스조합 , 경향신문 연재 <반세기 기록의 기억> (18회) 소파 방정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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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22-05-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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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서울 어린이대공원 ‘능동 숲속의 무대’ 관중석 뒤쪽을 보면, 앉은 자세로 어린이를 왼팔로 감싸안은 모습의 ‘소파 방정환 선생 상’이 있다. 이 동상은 원래 색동회가 1971년 남산 기슭 어린이회관 옆에 건립한 것인데, 그 후 어린이회관이 대공원 옆으로 이전함에 따라 1987년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동상의 변색 등 훼손이 심해 1995년 소년한국일보가 전국 어린이로부터 10원짜리 동전 150여만개의 성금을 모아 되살린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동상을 조각한 이는 해방 이후 1세대 조각가를 대표하는 김영중이다. 그는 공공미술의 개념을 도입한 조각공원을 조성하고 기념 조각을 다수 제작하여 조각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독립기념관 안에 있는 ‘불굴의 한국인 상’이며 연세대를 상징하는 ‘독수리 상’도 그의 작품이다. 예술정책과 제도에도 관심을 쏟았던 그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설에도 기여했는데, 정작 자신은 사후 11년이 지나서야 첫 개인전이 열렸다고 한다.
소파 선생이 1922년 5월1일 최초로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기념식을 거행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어린이 운동을 한 배경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인내천’ 사상에 대한 공명이 있음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는 장인 손병희를 도와 3·1운동에 참여했으며 천도교 종합잡지 ‘개벽’에 진보적인 우화와 해외 동화를 소개했다. 그가 1923년 발표한 ‘소년운동의 선언 세 가지 조건’은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하게 하라”고 말하고 있다. 어린이날이 원래 5월1일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린이 운동은 사실상 항일운동이었다. 일제의 중국침략 이후 어린이날은 금지되었다.


그의 호 소파(小波, 잔물결)는 일본 아동문학의 개척자 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에 대한 존경에서 연유하는 것이겠으나, 그는 작고 며칠 전 부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부인, 내가 왜 호가 ‘소파’인지 아시오? 나는 여태 어린이들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일을 했소. 이 물결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오, 훗날에 큰 물결 대파가 되어 출렁일 테니 부인은 오래오래 살아서 그 물결을 꼭 지켜봐 주시오.” 동상 앞 비석에는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 보아 주시오”라는 소파의 말이 있다. 미증유의 기후 위기를 낳은 우리가 과연 어린이를 ‘치어다’ 보고 있는지 돌아볼 수밖에 없는 5월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50603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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